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136km였는데, 최고의 칭찬이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7일 광주 KIA전서 4-2로 앞선 8회말 역전을 허용, 5-8로 무너졌다. 손혁 감독은 4-3으로 쫓긴 7회말 위기서 이영준을 투입, 역전 위기서 벗어났다. 그런 이영준이 8회말 선두타자 백용환에게 던진 초구가 동점 솔로포가 됐다. 이후 흐름을 넘겨줬다.
손 감독은 8회 시작과 함께 이영준을 교체하지 않고 밀어붙인 걸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영준에겐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투수를 좋은 흐름에 교체하지 않고 3연전 스윕만 생각했다는 자책을 덧붙였다.
손 감독은 8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이영준이 의기소침하지 않길 바랐다. 자신의 현역시절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공도 느리고 구종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포수를 보던 코치님이 '(누구에게도) 못 받아본 직구를 갖고 있다'고 했다. 136km였는데, 내겐 최고의 칭찬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손 감독은 선수에게 '이 지도자(감독 혹은 코치)가 나를 믿어주는구나'라는 마인드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프로에 온 선수들의 기량은 어느 정도 비슷하다. 얼마나 믿음을 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제일 아쉬운 건 감독이나 코치가 아닌 당사자"라고 했다.
투수가 경기 중 덕아웃의 눈치를 보면 자신의 기량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손 감독은 "선수는 덕아웃을 볼 수밖에 없다. 잘 풀리지 않는 선수에게 멘탈이 약하다고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처음에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 누군가가 프레스를 줬기 때문이다. 입스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다. 누가 봐도 프로의 마인드, 자세가 아닌 것에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감독은 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영준의 경우 최선을 다해 투구했다. 단지 KIA 타자들이 잘 쳤을 뿐이다. 손 감독은 그래서 이영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선수 우선주의 마인드이자 수평 리더십이다.
그런 손 감독은 정작 코치들은 자신에게 '직언'을 하길 바란다. 자신의 코치 시절을 돌아보며 "그냥 (바로)얘기하는 스타일이었다"라고 했다. 어차피 경기 중 모든 판단은 감독이 한다. 책임도 감독이 진다. 코치들은 자신이 본대로, 생각한대로 정확하게 말해줘야 감독이 최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진다. 또 그래야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손 감독은 이영준의 교체 타이밍이 느렸던 걸 돌아보며 "투수코치에게 한 번 더 똑같은 상황이 생기면 말려달라고 했다. 난 참 좋은 코치들을 데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치는 그렇게 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면 2~3번씩 의견을 내주는 게 좋은 코치다. 우리 코치들은 자신의 생각을 잘 얘기해준다. 그것도 내 복"이라고 했다.
나이트 코치는 선을 잘 지키는 스타일이다. 손 감독은 "반반이다. 자신의 얘기도 하고, 내 얘기도 듣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코치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경기운영)가는 것보다 들어보고 가는 게 낫다"라고 덧붙였다.
선수에겐 믿음을 주고, 코치들에겐 직언을 요구한다. 7일 KIA전 역전패는 역설적으로 손 감독의 수평 리더십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한 경기를 내줬지만, 사실 손 감독은 그 이상을 얻었다. 그리고 키움의 벤치, 선수간 케미스트리가 단단하다는 걸 확인한 경기였다.
[키움 손혁 감독(위), 손혁 감독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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