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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나는보리’의 곽진석, 허지나는 2016년 결혼했다. 이들은 액션스쿨에서 만나 친구처럼 지내오다 자연스럽게 살림을 차렸다. 곽진석은 2008년 ‘우린 액션배우다’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액션연기를 펼쳤다. 허지나는 연극판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15년 ‘629가 보낸 예고 부고장’으로 서울연극제 신인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우리끼리 행복한 결혼을 하고 싶어 필리핀 세브에 가서 수중 결혼식을 했죠(웃음). 눈도장만 찍는 일반적인 결혼식은 의미가 없었거든요. 아예 해외로 나갔는데, 따라오는 친구들이 있을까봐 바다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들은 ‘나는보리’에서 실제 부부로 출연했다. ‘나는보리’는 소리와 고요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열한 살, 보리의 성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영화. 보리는 부모님과 동생처럼 소리를 잃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자신만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소외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 맑고 순수한 보리의 영혼이 따뜻하면서도 뭉클한 작품이다.
곽진석은 2008년 ‘우린 액션배우다’로 정동진영화제를 찾았을 때 김진유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고등학생으로 자원봉사를 하던 김진유 감독은 ‘나는보리’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깜짝 놀랐죠. 김 감독에게 어떤 배우가 좋겠다고 추천하면서 잘 되길 바랐거든요. 그런데 덜컥 우리 부부에게 출연을 제안하더라고요. 장점이 있었죠. 늘 함께 있으니까 연습할 시간이 많았어요. 집에서 밥 먹으면서도 어떻게 연기할까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죠.”
김 감독의 부모님도 농인이다. 어렸을 때 보리처럼 소리를 잃고 싶다는 생각한 경험을 살려 시나리오를 썼다. 고사는 김 감독의 주문진 집에서 지냈다. 허지나는 김 감독의 어머니를 뵙고 농인 연기의 ‘감’을 잡았다.
“인상이 너무 좋으세요. 웃는 얼굴이시고요. 어머니와 간단한 수어로 대화를 나눴어요. 아, 내가 어머니 같은 느낌으로 연기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머니를 보고 연기가 풀렸어요.”
허지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옆에 있던 곽진석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아내는 아이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도 했어요. 하루 종일 놀아주는거죠. 소소한 이야기부터 종이접기, 노래 부르기 등을 하며 아역배우들의 긴장을 풀어줬어요. 어느날, 숙소에 들어오더니 ‘왜 이렇게 힘들지’ 하더라고요(웃음).”
이들은 ‘나는보리’에 출연하며 농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했다. 장애인이라는 단어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실제 곽진석은 스턴트 연기를 하다 몸을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부는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허지나는 최근 유튜브 ‘허지나의 터푸라이프’를 론칭했다. 곽진석이 촬영하고 편집을 도와준다. 액션연기를 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 편집이 큰 도움이 됐다. 인터뷰할 때, 영화에 출연한 반려견 ‘코코’도 데리고 나왔다. 이들은 큰 욕심 없이 일상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
“저희는 지금 삶에 굉장히 만족해요. 유명해지거나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이 없어요. 배우로 꾸준히 활동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오겠죠.”
[사진 = 영화사 진진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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