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송지효(40)는 담담하고 단단했지만, 언제나 갈증을 느끼고 변화를 꿈꾸는 도전가였다.
송지효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홍보차 인터뷰를 진행, 영화와 관련한 각종 이야기를 공개했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봉하는 첫 상업영화다. 낯선 인물의 등장으로 편안해야 할 일상이 한순간에 비틀어지는 균열의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 쫀쫀한 서스펜스의 맛을 살렸다.
특히 이 영화는 대중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는 송지효의 스릴러 복귀작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바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형성한 '멍지효'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많고, 그의 정통 연기를 기다리는 팬들도 다수이기 때문. 기대에 부응하듯 25년 만에 돌아와 집안의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동생 유진을 연기한 송지효는 기존의 친근함을 완전히 깨부수고 서늘함을 장착해 잠재돼있던 폭발력을 엿보게 했다.
시나리오에 강하게 끌렸다고 밝힌 송지효는 이날 "제가 시나리오를 먼저 읽게 됐다. 너무 탐이 났다. 영화의 장르, 캐릭터 등이 너무 탐이 나서 무작정 하고 싶었다. 감독님을 뵈러 갔는데 '성난황소' 제작사 대표님께서 제게 주셨던 걸 나중에 알게 됐다. 그걸 대표님께서도 말씀을 안 하셔서 무지 상태였다. 그냥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서 간 거였는데 '성난황소'의 인연으로 이어졌던 거다.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제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제 이미지와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라 굉장히 끌렸다. '런닝맨'을 10년 동안 하고 있고, 작품 장르를 어두운 걸 한 게 없다. 그래서 갈망이 생겼다. 시나리오를 읽고, 그걸 갈망했다는 걸 알게 됐고 욕심을 냈다"고 덧붙였다. 연기 호평에 대해선 "사실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냥 제가 해왔던 작품들 중 하나다. 제가 하고 싶었던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생각이다. 제가 사실 반응들에 휘둘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식 중에 하나고, 애착이 있는 작품이란 생각뿐이다"라더니 "진짜 제가 서늘하고 그랬냐"라고 되물어 웃음을 안겼다.
대중과 보다 더 친밀한 거리를 유지하게끔 만드는 예능 이미지는 배우에게 큰 딜레마일 법도 한데, 오히려 송지효는 의연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연기 변신을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 제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위해 열심히 했다는 것뿐이다"라며 "'런닝맨' 이미지가 제 연기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재면서 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겪지 못했던 걸 많이 겪었다. '런닝맨'을 하기 전에는 제가 어두운 이미지였다. 그 전에 작품 활동을 했을 때는 저도 밝은 모습이 있지만 어두운 게 더 부각이 됐다. '런닝맨'을 하면서 밝은 이미지를 얻은 거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40살,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올 수 있는 이 시기 또한 송지효는 차분하게 지나고 있었다. 그는 "40살이라고 해서 큰 변화는 없다. 저는 나이에 개념이 없다. 마흔이라서 힘든 건, 회복이 더디다는 정도다. 오히려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거 같아서 좋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걸 지금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생각해보지 못한 걸 지금은 시도하고, 상상할 수 있다. 지금이 훨씬 더 좋은 거 같다. 결혼은 모르겠다.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저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좋다. 생각을 바꿀 상대가 나타나면 몰라도 저는 지금이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받아들이는 것도 넓어졌어요. 표현은 나이와 비례하는 것 같아요. 40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30대를 보내고 나니 40대를 어떻게 보낼지가 궁금해져요. 30대에 '런닝맨'이라는 장수 프로그램과 함께 한 것만으로도 행운이죠. 40대에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을까요?"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러블리 호러블리'(2018), 영화 '바람 바람 바람'(2018), '성난황소'(2018) 등 최근 연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송지효는 "이제는 청순가련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신파도 해보고 싶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 도전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주저 없이 할 거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지 않던 반대 성향을 지향하는 게 있어요. 호기심이 많거든요. 작품에 대한 선택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저는 앞으로도 그럴 거 같아요. 쭉 이렇게 지낼 거 같고요. 계획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가 더 중요해요."
코로나19를 뚫고 찾아올 관객들에게도 한 마디 덧붙였다. 송지효는 "'침입자'가 코로나19 중 개봉하는 상업영화 첫 주자라 사실 부담감이 많다. 거리를 유지해야할 시기고, 관객 분들을 어느 공간에 가게 하는 것도 겁이 나긴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전수칙을 지키며 어떻게 즐기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 않나. 저 스스로도 오랜만에 극장을 갔다. 큰 스크린을 보고 있으니 여유로워졌다. 부담감이 있지만 많은 분들에게 그런 여유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침입자'는 두 차례 개봉 연기 끝에 오는 4일 개봉한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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