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까지 나올 경기였나, 두산 불펜 고민은 ing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7회까지 7점 차를 앞서고 있어도 결국 필승조가 총출동하는 야구. 두산 불펜의 현주소다.

지난 2일 수원 KT전에서 11-8로 승리하며 시즌 15승(9패)째를 챙긴 두산. 스코어만 언뜻 보면 치열한 타격전 끝에 막판 집중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또 불펜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 7점 차의 넉넉한 리드에도 윤명준, 이현승, 함덕주 등 승리조 투수들이 모두 출동해 간신히 리드를 지켜냈다. 승리 후에도 미소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선수들이 더 많이 보였다.

타자들이 평균자책점 1.69로 호투 중이었던 KT 에이스 데스파이네를 만나 3회까지 대거 10점을 뽑았다. 1회 페르난데스와 김재환이 KBO리그 1, 2호 피홈런을 안겼고, 2회와 3회 데스파이네의 투구 패턴을 정확히 읽으며 오는 공마다 방망이 중심에 맞혔다. 데스파이네는 외국인선수 한 경기 최다 피안타 타이기록(15피안타)을 세웠다. 여기에 마운드에선 유희관이 6이닝 4실점으로 제 몫을 해내며 두산의 수월한 승리가 예상됐다.

11-4 7점 리드에서 8회말을 맞이했다. 일단 이틀을 쉰 윤명준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안타, 사구, 내야안타로 처한 2사 만루서 문상철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대타 유한준 타석 때 3루수 실책이 겹쳐 추가 실점했고, 필승조 핵심 요원인 이현승이 등판해 심우준을 삼진으로 잡고 불을 껐다.

11-7로 앞선 9회말도 안심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믿었던 이현승이 볼넷 2개와 안타로 2사 만루를 자초한 것. 결국은 마무리 함덕주까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져야 했다. 황재균 타석 때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가 발생하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5월 21일 잠실 NC전이 잠시 떠올랐지만 후속타자 문상철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화끈한 타격에도 불안한 뒷문에 승리에도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지난주 마무리 함덕주의 등장으로 불펜이 자리를 잡는 모습이었지만 새로운 한주의 첫날부터 다시 고민을 안겼다. 두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7.64로 여전히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 수치가 7점대인 팀은 두산과 KT뿐이다. 필승조, 추격조 모두 기복이 심해 리드가 넉넉하든 타이트하든 안심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야수진의 피로감은 누적된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파이어볼러 김강률이 최근 펼쳐진 퓨처스리그 실전 2경기서 호투하며 복귀 전망을 밝혔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승진도 구위에 합격점을 받고 전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어쨌든 현재 리그 3위 두산을 지탱하고 있는 건 타격이다. 그러나 시즌 내내 지금과 같은 타격을 기대할 순 없다. 결국은 마운드가 탄탄한 팀이 왕관을 쓸 수 있다.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위해 마운드의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함덕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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