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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기존의 영화 어법, 규칙을 생각하지 않았다."
9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언론시사회가 열려 정진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이 참석했다.
정진영이 감독으로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33년의 연기 경력, 베테랑 배우인 그는 '연출'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열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를 펼쳐내며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긴장된 모습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영은 "어렸을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다.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지냈다. 과거 연출부 막내를 한 적이 있지만 영화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접고 살았다. 그러다 4년 전쯤에 '능력이 되든, 안 되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었다가 망신당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저를 묶어놨던 족쇄들이였다"며 "하고 싶은 거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18년에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개봉은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행복했고 재밌었다. 후반작업은 작년에 다 끝나서 잊고 있다가 이제야 알겠다. 이 자리가 이렇게 무서운 자리인지 왜 모르고 시작했지' 싶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정말 궁금하고 떨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끝까지 모호함을 유지하는 '사라진 시간'. 배우들마저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던 바다. 대신 "그저 주인공 형구만을 따라가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정진영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쓰고 끌고 가고 싶었다. 기존의 어법, 규칙을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시나리오를 쓰는데, 저도 모르게 익숙한 관습들이 들어가있더라. 세상에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고 훌륭한 감독들이 있으니까 제가 한다면 새롭고 이상한 걸 해야 그나마 내가 만드는 이유가 될 것 같았다.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었다. 낯설음이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스펙터클이나 훌륭한 특수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스토리라인과 정보를 먼저 알면 재미가 반감될 거 같다. 오셔서 편하게 마음대로 이 영화를 해석해주시면 좋겠다"며 "이 영화는 하나의 장르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호러처럼 느껴지더니 코미디도 있고, 멜로도 있고, 형사물, 판타지, 그리고 선문답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선문답을 던지기 위해 이야기를 재밌게 구성하고 가져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정진영은 "만약 장르를 묻는다면 '슬픈 코미디'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약한 인간의 외로움, 슬픈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장르로 이야기하면 오해가 생긴다"라고 해석의 자유를 강조하더며 "우리 배우들이 모르고 시작했다고 하는데, 우리 배우들을 믿는다. 이성적으로 알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이 하자고 청했고 너무나 훌륭하게 그 인물로 살아줬다"고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덧붙였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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