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안 나오면 좋은 거죠."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의 생각은 같다. 29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조상우가 안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 좋다. 항상 안 나오면 좋다. 최대한 안 나올수록 좋은 것이다"라고 했다.
현 시점 KBO리그 최강 마무리투수 조상우. 손 감독과 나이트 코치는 왜 굳이 실전서 그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올 시즌 38경기서 4승3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1.59. 패스트볼은 여전히 묵직하다.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있다. 타자들은 조상우를 알고도 공략하기 힘들어 한다.
그런데 조상우는 올 시즌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이 뚝 떨어졌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포심 평균구속은 148.5km. 2019년 152.2km에 비해 약 3.7km 하락했다. 23일 고척 KIA전서는 9회초 김규성에게 143km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다 결승 우월 솔로포를 맞았다.
손혁 감독은 "아무래도 피곤하다 보니 조금 떨어진 것 같다"라고 했다. 작년 정규시즌서 48경기에 등판, 47⅓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 국가대표팀에 소집, 프리미어12까지 소화했다. 올 시즌은 늦게 시작했지만, 이미 38경기서 39⅔이닝을 던졌다. 작년 정규시즌보다 더 많은 경기, 이닝을 소화할 페이스다.
때문에 손 감독은 최근 조상우를 더욱 철저히 아낀다. 3연투 금지, 1이닝 초과 금지 등 모든 불펜투수에게 적용하는 원칙은 물론, 조금 피곤해 보이면 세이브 상황이라도 아낀다. 김상수와 안우진이 종종 조상우 대신 세이브를 따냈다.
구속이 떨어져도 조상우의 위력이 떨어진 건 아니다. 다만, 29일 고척 삼성전서는 9회초 1점 리드서 등판하자마자 김지찬, 박해민, 김상수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2실점하며 시즌 첫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떠안았다. 모두 포심이었다. 구속은 147~148km.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경기도 나온다. 분명한 건 확실히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여섯 경기 중 세 경기서 실점했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5.00.
손 감독은 장기적 관점에서 조상우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키움은 올해 대권을 노린다. 지금보다 9~10월, 포스트시즌이 열릴 11월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손 감독과 나이트 코치가 지금 조상우를 최대한 보고 싶지 않은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마운드 사정이다. 물론 조상우가 나오면 경기막판에 팀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는 뜻이다. 불펜 운용이 계산대로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령탑으로선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더 큰 점수차로, 여유 있게 이기면 더 좋다. 똑같은 1승이라도 그만큼 경기운영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조상우를 굳이 안 써도 되는, 좀 더 편안한 경기운영은 다른 불펜 투수들이 더 잘 막거나 타자들이 더 분발했다는 의미다. 손 감독은 "그만큼 여유 있게 이기면 타자들이 더 잘 했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특히 투타 줄부상에 시달리는 최근에는 여유 있게 이기는 경기의 의미가 더욱 크다.
나이트 코치는 "조상우가 안 나오는 상황은 타자들이 조상우를 내지 않아도 될 만큼 점수를 많이 냈거나 다른 투수들이 최대한 점수를 덜 주는, 훨씬 좋은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불펜은 2000년대 초반 잘 나갔던 뉴욕 양키스 불펜 같다. 마리아노 리베라와 불펜들이 자기 역할을 정말 잘 했다. 1~2명에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 불펜이 전체적으로 잘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조상우를 아끼길 원하면서 다른 불펜 투수들까지 격려했다.
[조상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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