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큰 경기는 역시 마운드와 수비라고 했던가. 불펜이 무너지고 수비 실책이 속출한 두산이 1패 그 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5위 두산과 3위 KT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 순위는 2계단이었지만, 승차는 0.5경기에 불과한 상태서 양 팀 사령탑 모두 경기 전 ‘총력전’을 예고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3일 선발 최원준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선발 유희관 뒤에 대기시킨다는 플랜을 밝혔고, KT 이강철 감독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흔들릴 시 12승을 챙긴 루키 소형준을 뒤에 붙이겠다고 맞불을 놨다. KT는 3위 수성 및 2위 추격을 위해, 두산은 3위 도약을 위해 1승이 절실했다.
초반 흐름은 두산이었다. 그래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산이 찬스서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1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3회 정수빈의 허를 찌르는 번트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서 최주환이 1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린 뒤 호세 페르난데스의 병살타 때 정수빈이 역전 득점을 올렸고, 4회 2사 1, 2루에선 백업 조수행이 1타점 적시타에 성공했다. 선발 유희관도 그간의 부진을 씻고 5회까지 KT 타선을 1실점으로 봉쇄한 상황.
이른바 참사는 6회부터 시작됐다. 수비 실책이 화근이었다. 선두 유한준의 빗맞은 타구에 우익수 조수행이 치명적인 포구실책을 범했다. 2루수 최주환과의 콜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탓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수비 하나가 6회 8실점 빅이닝으로 연결될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희관이 후속 장성우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에 처하자 김 감독의 사전 인터뷰 내용대로 곧바로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김 감독이 올린 투수는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의 새 믿을맨으로 도약한 이승진. 두산으로선 무사 1, 2루를 막을 최적임자를 선택한 셈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이승진이 와르르 무너졌다. 배정대를 밀어내기 볼넷 출루시킨 뒤 대타 문상철에게 동점 희생플라이를 맞으며 유희관의 8년 연속 10승 요건을 지키지 못했고, 이후 다시 조용호의 9구 끝 볼넷으로 계속된 만루에서 황재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서 내려왔다.
아직은 3-5 2점 차 열세였다. 충분히 해볼 만 한 점수였다. 때문에 다음으로 믿을만한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홍건희 역시 영점이 흔들렸다. 강백호의 볼넷으로 자초한 만루에서 유한준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 장성우에게 1타점 적시타를 연달아 맞으며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믿었던 두 필승조의 붕괴로 두산은 3-9로 뒤진 채 6회말을 맞이했다.
사실 투수가 흔들려서 실점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두산으로선 이승진-홍건희 카드가 당시 낼 수 있었던 최상의 카드였다.
그러나 디펜딩챔피언답지 않은 모습이 8회에 또 나오고 말았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직관을 온 팬들을 실망시키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이번에는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조용호의 평범한 타구를 놓치며 참사가 시작됐다. 김강률이 계속된 2사 1, 2루서 장성우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맞았는데 이번에는 좌익수 김재환마저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하며 1루주자까지 홈을 밟는 사태를 자초했다. 이후 강민국, 배정대, 송민섭, 심우준, 황재균, 강백호 등에게 연달아 안타를 허용, 6회에 이어 8회 또 다시 8실점 빅이닝을 헌납했다.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로 일관한 두산은 이날 결국 KT에 5-17 대패를 당하며 3위 도약에 실패했다. 과연 이 팀이 지난해 통합우승을 따낸 팀이 맞나 싶을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필승조는 무너졌고, 두산이 자랑하는 수비마저 실수를 남발했다. 게다가 KT는 두산의 향후 포스트시즌 잠재적 상대다. 이날 1패 그 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
[이승진.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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