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정규시즌 타율 .232 오재원(두산)의 반전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을 DNA를 제대로 입증했다.
오재원은 올 시즌에 앞서 3년 총액 19억원에 원소속팀 두산과 FA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 속 타율 .164로 시즌을 마쳤지만 한국시리즈 4경기 타율 .500 3타점의 맹타로 팀의 통합우승을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FA 계약 이전에 2020시즌 주장으로 오재원을 선임하는 엄청난 신뢰를 드러냈다.
두둑한 보상과 함께 야심차게 출발한 2020시즌. 그러나 올해도 다를 건 없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잦은 부상과 부진 속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불규칙한 출전 속 대타로 나오면 허무하게 삼진을 당하기 일쑤였고 여름 이후에는 사실상 1군 전력에서 배제된 채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급기야 9월 9일에는 주장 자리를 오재일에게 넘기기까지 했다. 냉정히 말해 FA 계약 첫해는 완벽한 실패였다.
그러나 이번 가을야구 오재원을 꼭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전 2루수 최주환이 우측 족저근막염을 당하며 선발 출전이 불가능해진 것. 10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2루수를 맡은 오재원은 그래도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서 타율 .300(10타수 3안타)을 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김태형 감독도 “가을야구는 결국 베테랑이 해줘야 한다. 선발 2루수는 오재원”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오재원은 이날 잠실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0으로 앞선 2회 2사 1루서 루키 이민호에게 풀카운트 끝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가을 무대 적응은 1타석이면 충분했다.
두 번째 타석부터 ‘무형’의 가을 DNA를 내뿜기 시작했다. 2-0으로 리드한 4회 1사 1, 3루서 등장한 그는 이민호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잠실이 아닌 다른 구장이었으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던 큼지막한 타구였다. 장타를 직감한 그의 호쾌한 빠던은 1루 더그아웃과 관중석을 용광로로 만들었다.
오재원은 멈추지 않았다. 3-0으로 앞선 6회 다시 1사 2루 찬스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좌완 최성훈의 3구를 결대로 밀어 가볍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이날 승부의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여기에 2루 수비에서도 아무런 실수 없이 베테랑의 품격을 과시했다.
두산은 오재원의 2타점에 힘입어 LG를 4-0으로 꺾고 준플레이오프 기선을 제압했다. 역대 3전 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서 1차전 승리팀의 다음 단계 진출 확률은 100%다.
[오재원.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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