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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감독님 말씀을 듣고 새벽 운동을 안 합니다."
오리온 이대성의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은 33분48초다. KBL 전체 3위. 출전시간 전체 1위 이승현(오리온, 35분32초)의 경우 빈약한 4~5번 백업, 외국선수들의 명확한 단점 등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오리온은 한호빈, 박재현, 전성환 등 가드진의 물량이 적은 팀이 아니다. 11월 중순 브레이크 이후 최승욱도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다. 내년 1월에는 김진유도 전역한다. 중, 장기적으로 가드진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오리온 가드들의 종합적인 기량을 감안할 때 이대성에 대한 높은 의존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도 34분 가까운 출전시간은 우려된다. 현대농구는 공수활동량이 상당히 많다. 더구나 이대성은 메인 볼 핸들러다. 수비에서의 에너지 소모도 다른 선수들보다 많다. 최근 이대성의 승부처 경기력 기복도 많은 출전시간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는 외부의 시선이 있다.
강을준 감독도 이 부분을 안다. 7일 KT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대성이가 빠지면 팀에 큰 손해다. 예전 소속팀에서도 부상한 적이 있지 않나. 미팅을 해서 출전시간을 조절해보려고 했는데 본인이 믿어달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대성은 강 감독에게 "감독님 말씀을 듣고 이제 새벽 운동을 안 한다"라고 했다. 사실 이대성은 개인훈련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KBL 톱클래스 가드로 올라선 원천이기도 하다. 다만, 출전시간이 긴 관계로 최근 중단하고, 실전서 좀 더 에너지 소모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오히려 강 감독은 최근 이대성에게 "3kg 정도 찌면 좋겠다"라고 했다. 지방이 아닌 근력을 끌어올리면 몸 밸런스가 더 좋아지면서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그런데 이건 자신의 의견이 아닌 지인의 지적이었다. 강 감독은 "내 지인 중에 한의사가 있는데, 경기를 보고 3kg 정도 늘리면 더 보기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대성의 출전시간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건 분명하다. 대신 이대성 나름대로 관리를 잘하고 있고, 강 감독의 조언도 들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이대성의 경기 효율성이 향상됐다.
이대성은 7일 KT전서 29분29초간 10점 1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턴오버는 2개에 불과했다. 야투율은 100%. 4쿼터 초반 강 감독에게 '엄지 척'까지 받았다. 드리블이 길지 않았고, 심플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동료의 득점을 많이 살려줬다. 그러면서 KT 전력의 핵심 허훈을 2점으로 꽁꽁 묶었다.
이대성이 효율이 떨어질 때는 드리블이 길거나, 무리하게 터프샷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정적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KT전은 정반대였다. 이대성이 효율을 끌어올리자 이승현, 허일영 등 다른 국내선수들도 덩달아 살아났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경기력의 기복은 있을 수밖에 없다.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대성과 오리온 선수들은 얘기를 많이 하며 풀어간다. 단, 이대성이 무리한 공격을 하다 팀이 어려움에 빠져도 100% 이대성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 내부에서도 그렇게 바라본다. 실제 다른 선수들이 스크린을 이용하거나 잘 움직여서 찬스를 내면 이대성은 얼마든지 패스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승현은 "나는 대성이 형이 많이 넣어서 팀이 이기면 상관 없다. 잘 안 풀릴 때 무리하게 시도를 한다고 하는데, 그건 팀원과 대성이 형이 같이 이겨내야 한다. 경기흐름을 볼 때 대성이 형이 분명 해줘야 할 때가 있다. 오늘 같은 경우 팀원이 다 같이 살아났고, 대성이 형도 잘 살려줬다"라고 했다.
강 감독이 이대성에게 하는 '어록'만 집중하면 안 된다. 그 속의 본질을 볼 필요가 있다. 강 감독도, 이대성도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7일 KT전은 그래서 의미 있었다. 강 감독은 "팀 농구를 하면서 자신의 농구까지 하면 된다"라고 했다.
[이대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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