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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최창환 기자] 윌리엄 쿠에바스의 불펜 출격.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승부수가 무위에 그친 KT는 남은 4경기에서 3승을 따내야 하는 부담 속에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KT 위즈는 9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팽팽한 투수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2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열세 속에 남은 경기를 이어가게 된 셈이다.
KT는 이날 경기에 앞서 깜짝 승부수를 띄웠다. 미출장 선수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이대은을 지정한 것. 3차전 또는 4차전 선발투수로 예상됐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출전 명단에 포함된 것은 분명 의외였다. 상황에 따라 불펜에서 출격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KT는 정규시즌서 홀드 1위를 차지한 주권을 제외하면, 불펜투수들이 지닌 경쟁력이 비슷하다. 이강철 감독이 고심 끝에 쿠에바스의 불펜 대기를 결정한 이유였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에 대해 “불펜이 강하면, 6~7회에 고민 없이 투입할 수 있는데 우리 팀은 비슷한 선수가 많아 정규시즌 때도 상황이나 특성에 맞춰 기용했다. 그래서 쿠에바스도 (불펜으로)생각한 것이다. 아무래도 구위라는 측면에서 조금 나을 것 같았다. 마침 오늘이 불펜피칭 하는 날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느 시기에 투입하는 것을 구상했을까.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가 6이닝 이상을 던져도 점수 차가 2~3점이면 1이닝 정도는 쓸 수 있다. 동점이면 쿠에바스를 투입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1차전은 KT의 구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소형준이 기대 이상의 구위를 뽐낸 것. 소형준은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7회초 2사 1, 2루 위기서 소형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주권도 오재원을 헛스윙 삼진 처리, 임무를 완수했다.
KT는 소형준이 크리스 플렉센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덕분에 7회까지 0-0 스코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고심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기도 했다. 쿠에바스가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후 8회말에 선취득점을 올린다면, 김재윤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 불펜운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KT는 0-0으로 맞선 8회초 쿠에바스를 구원투수로 투입했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는 집필하지 못했다. 쿠에바스가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최주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1-2)에서 몸에 맞는 볼을 던진 게 화근이 됐다. 쿠에바스는 이어 정수빈에게 희생번트를 내줘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쿠에바스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1루수 라인드라이브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이어 오재일에게 유격수 방면으로 향하는 내야안타를 맞았다. 쿠에바스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KT는 2사 1, 3루 위기서 김재윤을 한 템포 빨리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마저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KT는 김재윤이 김재환-허경민에게 연달아 1타점 적시타를 허용, 흐름을 넘겨줬다. KT는 8회말 유한준이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도 잠시, 9회초 다시 불펜이 흔들려 석패를 당했다.
KT는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달 3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데스파이네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운 바 있다. 2위 탈환을 위해 꺼낸 비장의 카드였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LG 트윈스가 같은 날 SK 와이번스에 패해 2위를 차지했으나 자칫 KT로선 아찔한 순위로 이어질 수 있는 무리수였다.
당시에도 데스파이네에 앞서 마운드에 오른 선발투수는 소형준이었다. KT로선 ‘소형준-외국인투수 불펜 출격’과 관련된 악몽이 재현된 셈이다.
[윌리엄 쿠에바스. 사진 = 고척돔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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