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이후광 기자] 예상치 못하게 투수코치가 바뀐 팀이 맞나 싶었다. 두산이 신들린 투수교체로 단숨에 시리즈 2승 고지를 점령했다.
두산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김원형 메인 투수코치가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악재를 만났다. 염경엽 감독이 자진 사퇴한 SK가 제8대 감독으로 김 코치를 선임했기 때문. 보통은 원소속팀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뒤 선임 발표가 나지만, 소식을 접한 두산이 대승적 차원에서 김 코치가 포스트시즌 도중 떠나는 걸 허락했다. SK의 새 사령탑이 된 김 코치는 지난 7일 투수들에게 “하던 대로 하면 잘 될 것”이라는 마지막 조언을 남기고 인천으로 향했다.
KT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두산은 곧바로 2군에 있던 정재훈 코치를 1군 투수코치, 배영수 코치를 불펜코치로 임명하는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했다. 코치가 바뀌었지만 사령탑과 투수진 모두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동안 함께 해왔던 코치들이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투수를 어떻게 준비시키고, 내보내는 건 기본적으로 같다”고 했고, 마무리 이영하도 “어차피 불펜에서 같이 했던 코치님이다. 위치만 바뀐 거라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시리즈에 접어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흔들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날 2차전 신들린 교체 타이밍으로 코치 교체 효과를 봤다. 물론 투수를 교체하려면 감독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나 투수코치의 시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재훈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뒤에 나온 투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해냈다.
3회가 시작이었다. 1회 무사 2루, 2회 1사 만루 위기를 극복한 선발 최원준이 결국 2-0으로 리드한 3회 2사 후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첫 실점했다. 투구수가 49개에 불과했던 상황. 좀 더 지켜볼 수 있었지만 두산 벤치는 과감하게 교체를 택했다. 이에 당초 김태형 감독의 플랜대로 1순위 롱릴리프 요원 김민규가 마운드에 올랐다. 김민규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랐으나 1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몫을 해냈다.
4회 투수교체가 가장 빛났다. 여전히 2-1로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김민규가 심우준의 사구와 도루, 조용호의 내야안타로 2사 1, 3루에 처했다. 그러자 곧바로 잠수함 박치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속타자 황재균은 올 시즌 언더투수 상대 타율이 .275로 가장 낮았다. 이 역시 적중했다. 박치국이 황재균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불을 끈 뒤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 후반부는 홍건희의 시간이었다. 홍건희도 포스트시즌 마운드가 처음이었지만 정규시즌보다 더욱 안정된 투구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이번에도 투수교체 타이밍이 좋았다. 6회 2사 1루서 박치국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심우준을 1루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끝낸 뒤 2⅓이닝 무실점 역투로 뒤를 든든히 지켰다. 그리고 마지막 클로저 이영하가 9회 3점 차 리드를 지키고 경기를 끝냈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두산은 선발 조기 강판이란 변수를 신들린 투수교체와 불펜 활약으로 보완하며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잡아냈다. 플레이오프서 2승을 먼저 점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8.5%에 달한다.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최원준이 3회말 2사 KT 로하스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후 교체되고 있다(첫 번째), 박치국(두 번째). 사진 = 고척돔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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