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고려대의 부활을 이끌었던 트윈타워가 오리온에서 재회했다. 선후배 이상으로 끈끈한 ‘절친’의 재회인 만큼, 오리온 역시 이승현-이종현의 시너지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양 오리온은 11일 공식적으로 울산 현대모비스, 전주 KCC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오리온은 프랜차이즈스타 최진수와 강병현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이종현과 김세창(이상 현대모비스), 최현민(KCC)을 영입했다. 오리온은 골밑 보강을 위해 현대모비스에 2020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우선 지명권을 넘겨주는 출혈도 감수했다.
오리온 측은 “그동안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를 선사한 최진수, 강병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빅맨 영입과 포워드, 가드진을 보강한 만큼 공수, 내외곽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이로써 단숨에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다. 오리온은 2019-2020시즌 종료 후 팀 장재석이 FA 협상을 통해 현대모비스로 이적, 골밑전력이 약화된 바 있다. 이승현은 건재하지만, 이승현의 뒤를 받칠 빅맨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강을준 신임 감독은 비시즌 내내 백업 빅맨 영입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시즌이 개막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승현이 13경기에서 평균 35분 47초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온 것. 이는 국내선수, 외국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출전시간이었다. 결국 오리온은 팀 내에서 트레이드 카드로 가장 가치가 높은 최진수를 활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오리온이 빅딜을 통해 손에 넣은 이종현은 국가대표 출신 센터다. 경복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꾸준히 대표팀 경력을 쌓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 병역혜택을 받기도 했다.
고려대의 부활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이종현은 경희대와 맞붙은 2013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 MVP를 차지하며 고려대에 대학농구리그 출범 후 첫 우승을 안겼다.
당시 이종현과 든든한 트윈타워를 구축했던 이가 바로 이승현이었다. 이종현의 압도적인 체격을 바탕으로 한 골밑장악력, 힘과 센스를 겸비한 이승현의 재능은 대학무대를 평정하기에 충분했다. 고려대는 이종현과 이승현이 함께 뛴 2시즌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이승현이 졸업한 후 맞은 2015년에도 우승을 따내 대학농구리그 최초의 3연패를 달성했다.
이승현은 2014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되며 프로에 데뷔했고, 오리온을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종현은 2016 드래프트 1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순위 추첨에서 1순위를 손에 넣은 후 챔피언결정전 우승보다 기뻐했던 유재학 감독의 모습은 여전히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그만큼 이종현이 지닌 가치가 높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종현은 프로 데뷔 후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었다.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 왼쪽 무릎슬개골 파열 등 큰 부상이 겹쳐 인고의 세월을 보낸 것. 데뷔시즌 22경기서 평균 30분 33초를 소화했던 이종현은 수술, 재활을 거쳐 돌아온 2019-2020시즌 2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이미 함지훈, 이종현을 보유하고 있던 현대모비스는 2019-2020시즌 종료 후 FA시장에서 장재석을 영입했다. 이종현의 팀 내 입지를 유추할 수 있는 단편적인 예였다. 실제 현대모비스가 장재석을 영입한 후 이종현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로 꼽혔고, 이 시기에 이종현 영입을 추진한 팀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종현에게 주어진 운명은 이승현과의 재회였다. 이들은 이미 고려대 입학 이전부터 친분을 유지해왔던 사이다. 이른바 ‘우정반지’도 만들었을 정도다. 또한 오리온에는 고려대 시절 이승현-이종현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박재현도 있다. 이종현에겐 동기부여가 충분한 이적인 셈이다.
관건은 이종현의 몸 상태다. 이종현은 올 시즌 5경기 평균 6분 18초를 소화했다. 현대모비스가 함지훈, 장재석을 중심으로 전력을 개편해 이종현에겐 별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시즌 개막 직후 이종현의 몸 상태에 대해 “여름에 그 힘든 훈련을 하루도 안 쉬고 다 했다. 뛰는 것 자체는 수술 전보다 더 좋아졌다. 다만, 트라우마 때문인지 골밑에서의 적극성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이종현의 건강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종현이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면, 오리온은 이승현의 백업 부재라는 약점을 단번에 해소하게 된다. 더 나아가 트윈타워를 통해 향후 외국선수 활용도의 폭을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 이승현이 고려대를 졸업한 후 6년 만에 재회한 트윈타워가 프로무대에서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승현-이종현.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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