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5분38초.
이종현이 14일 삼성과의 오리온 데뷔전서 뛴 시간이다. 예상을 뛰어넘었다. 심지어 강을준 감독은 이종현을 이승현의 백업 빅맨으로 쓸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이종현을 선발 출전시켰다. 이승현과 이종현을 동시에 내보냈던 것이다.
강 감독은 장재석이 FA 시장에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자 이승현을 뒷받침할 토종 빅맨 영입을 원했다. 실제 비 시즌에 A구단의 베테랑 백업 빅맨 영입 직전까지 갔으나 무산됐다. 결국 오리온은 지난 11일 현대모비스, KCC와의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이종현을 데려왔다.
강 감독이 이종현을 첫 경기부터 25분38초나 뛰게 한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올 시즌 현대모비스에서 거의 출전시간을 갖지 못했다. 게임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이 뛸 필요가 있다. 또한, 제프 위디와 디드릭 로슨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이종현의 쓰임새를 최대한 찾을 필요가 있다.
결국 이종현을 단순히 이승현의 백업 빅맨이 아닌, 오리온의 중심 전력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강 감독은 삼성전 선발 3~5번으로 로슨-이승현-이종현을 기용했다. 이럴 경우 외곽수비에 상당한 부담이 생긴다. 로슨은 수비력 자체가 좋은 편이 아니다. 이승현은 4~5번 수비는 리그 최고다. 그러나 3번을 막기엔 살짝 발이 느리다. 결국 초반부터 지역방어를 사용했고, 삼성에 많은 3점포를 얻어맞았다.
심지어 강 감독은 이종현과 위디를 동시에 쓰기도 했다. 어떻게든 이종현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외곽 수비에선 약점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로슨-이승현-이종현, 이종현과 위디는 공격에서 종종 하이&로 등 효율적인 연계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종현의 데뷔전은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 15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이종현은 최근 2~3년간 부상과 수술, 재활 등으로 고생했다. 본래 사이즈 대비 운동능력은 평범했다. 삼성전만 보면 운동능력이 확실히 조금 더 떨어진 느낌이었다. 충분히 블록으로 저지할 만한 삼성 공격을 저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감독은 선수들의 기를 잘 살려주는 지도자다. 이대성과 끊임없는 밀당으로 갑옷을 벗겨내고 있다. 이종현의 데뷔전 직후 "이종현의 날이었다"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또한, 고려대 2년 선배 이승현, 현대모비스 시절 함께 했던 이대성이 이종현의 팀 적응을 충분히 돕는다.
트레이드, 특히 빅딜이라면 최소 1년은 지켜봐야 성패를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강 감독과 오리온 동료들이 이종현을 확실하게 믿어주고, 밀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컨디션을 좀 더 끌어올리면 운동능력도 좀 더 회복하면서 본래의 장점을 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리온에서 현대모비스로 옮긴 최진수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김국찬이 시즌 아웃됐다. 박지훈과 김상규가 KCC로 가면서 최진수의 쓰임새가 더 높아졌다. 최진수는 골밑 수비에 약점이 있다. 그러나 신장 대비 발이 빨라 1~3번을 잘 막는다. 외곽슛, 미드레인지 공격에는 기복이 있다. 그러나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력은 상당히 날카롭다.
현대모비스는 '만수' 유재학 감독이 있다. 선수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데 특화된 지도자다. 최진수는 오리온 시절 허일영, 이승현과 번갈아 뛰느라 확실한 간판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에서 유 감독의 신뢰와 지도 속에 위력을 극대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종현이 이승현, 이대성의 도움을 받는다면, 최진수는 오리온 시절 동료였던 이현민과 장재석이라는 조력자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 빅딜의 성패는 이종현과 최진수가 새로운 팀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생산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여기에 첨가될 게 주변인, 조력자의 적절한 도움이다. 일단 두 사람은 좋은 조건을 갖췄다. 이 트레이드가 윈-윈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관계자가 많은 이유다.
[이종현(위, 가운데), 최진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