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무척이나 의외인 여자다.
같은 소속사였던 선배 여배우와 닮은꼴 외모라 들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더 오묘한 인상이다. "이안, 남자 이름 같죠?" 물어온다. 이름 탓일까. 성별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이안'이란 이름은 배우 생활을 하며 새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목소리 탓일지도 모른다. 인터뷰 내내 말투의 호흡은 빠르지 않았고 목소리는 차분하되 나지막이 깊게 울려 퍼졌다. "어릴 때부터 영덕에서 자랐어요. 제 말투에 사투리가 남아 있는 것 같나요?"
순정은 없었다.
남이안이 연기한 SBS '엄마가 바람났다'의 캐릭터 오순정은 인간 남이안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남이안을 직접 만나기 전엔 몰랐던 사실이다. 드라마를 보며, 남이안의 외모를 보며 '순정과 비슷한 성격 아닐까' 했던 건, 멋대로 내린 선입견이었다. 밝고 쾌활한 순정과 달리 남이안은 침착하고 잔잔한 성격의 인간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지금 같은 성격인가요?" 물어봤다.
"순정이의 성격은 저에겐 없는 모습이라 그 감정의 폭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일상에서도 순정이만큼 감정을 더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왠지 제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거짓말을 몰랐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남이 아닌 스스로가 가장 정확하게 내리고 있었다. 그저 소중했다. 남이안이란 이름 곁에 '배우'란 수식을 붙이기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다. 기다림 끝에 얻은 기회는 얼마나 소중한지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연기에 대한 질타도 받았으나 주눅드는 대신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수용하려고 애썼다.
"'엄마가 바람났다'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함께했던 작품이에요. 많이 배웠어요.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도 알았고요. 그 과정 속에 제가 있다는 실감도 했어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이잖아요. 122부작 장편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였는데요. 모든 게 처음이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항상 도전하는 기분이 드니까 찍는 장면마다 매일 새롭고 설렜어요."
그리고 순정만 있었다.
6개월 제작 기간 동안 촬영장으로 가던 자신의 모습을 남이안은 "소풍 가는 개처럼 신났다"고 묘사했다.
남이안에게 '연기'는 오직 신나는 일이었던 것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영덕에서 자라는 동안 '언젠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겠어'라고 키운 그 마음이 순정(純情)이었다. 전공이었던 관광학을 접고 무턱대고 서울에 올라간 것도 '하고 싶고', '신나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호밀밭의 파수꾼'이에요."
마치 홀든 콜필드가 방황 끝에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남이안이 긴 여정 끝에 발견한 건 연기였다. 위선적이지 않은, 퇴색되지 않은 '순정의 마음'. 홀든이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킬 결심을 한 것처럼, 남이안도 스스로 결심한다. 어린 시절 품었던 순정을 지키기 위해 드넓은 연기의 땅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로.
남씨 성을 지닌 남 배우이자, 오묘한 이름을 지닌 여배우. 남이안.
"6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일산 가던 차에서 보던 바깥 풍경을 잊을 수 없어요. 소풍 가는 개처럼 신났어요. 흘러나오는 노래, 하늘의 색깔이 마치 동화 속 세상처럼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거든요. 본명이요? 민경. 하늘 민, 밝을 경이요."
[사진 = 킹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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