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빅라인업으로 할 수 있는 농구가 있다."
현대농구의 트렌드는 많은 공수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스페이싱 창출이다. 전술의 중심이 빅맨에서 가드로 옮겨졌다. 활동량과 스페이싱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몰라인업을 쓰는 팀도 많다. 더블포스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오리온은 스몰라인업의 시대에 빅라인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현대모비스, KCC와의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이종현과 최현민, 김세창을 데려왔다. 핵심은 이종현이다. 강을준 감독은 이종현을 이승현의 백업으로 기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력의 핵심으로 활용한다. 그는 "종현이는 승현이의 백업이 아닌 상생관계"라고 했다.
이종현과 이승현을 번갈아 기용하다가도 동시에 쓴다. 디드릭 로슨~이승현~이종현, 심지어 제프 위디~이승현~이종현을 동시에 기용한다. 14일 삼성전서 부작용이 크자 16일 전자랜드전서는 가동 시간을 줄였다. 그러나 3쿼터 막판부터 4쿼터 승부처에는 빅라인업으로 밀어붙였다. 빅라인업이 단순한 옵션이 아닌, 올 시즌 오리온의 승부수라는 걸 알게 해줬다.
오리온이 애당초 이승현의 백업 빅맨을 애타게 찾은 건 맞다. 실제 비 시즌에 A구단 베테랑 빅맨을 영입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이종현에게 눈을 돌렸고, 현대모비스로부터 빅딜을 이끌어냈다.
이종현은 경복고, 고려대 시절부터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그러나 기량 발전 속도가 느렸다. 현대모비스 입단 후 무릎, 아킬레스건 등을 잇따라 다치면서 수술과 재활으로 긴 세월을 보냈다. 최근 1~2년에는 거의 임팩트가 없었다. 현대모비스도 이종현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 과감히 오리온에 보내줬다.
중요한 건 빅라인업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다. 일단 장점은 제공권과 페인트존 득점 확률 상승, 골밑 수비력의 상승이다. 이종현이 고려대 2년 선배 이승현에게 심리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확실히 이종현이 이승현과 함께 뛰면 좀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온다. 전자랜드전 후 "전반에 같이 뛰지 않았는데, 하프타임에 승현이 형에게 같이 뛰면 좋겠다고 했다. 승현이 형이 후반에 곁에 있어서 든든했다"라고 했다.
오리온은 전자랜드전 4쿼터 막판 위디와 이종현이 수 차례 공격리바운드를 걷어낸 뒤 골밑슛으로 마무리, 흐름을 잡고 1승을 추가했다. 포스트에서 결정적 블록도 잇따라 나왔다. 단순해 보이지만, 로 포스트에서 신장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슈팅능력이 좋은 이승현이 하이포스트에 위치, 로 포스트에서 삼각형 대형을 갖춘 이종현과 위디에게 공을 투입해 득점을 시도하는 장면도 있었다.
외곽슛이 좋은 로슨이 이승현, 이종현과 뛰면 좀 더 효율적으로 스페이싱을 활용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강 감독은 로슨과 이승현, 이종현 조합을 위디와 이승현, 이종현 조합보다 좀 더 자주 쓸 가능성이 크다.
위디와 이승현, 이종현으로 이어지는 극단적 빅라인업은 약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승현과 이종현이 같이 뛰면 로슨이 나와도 지역방어를 할 수밖에 없다. 발이 느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외곽 커버가 불가능하다. 삼성전의 경우, 지역방어를 하다 1~2쿼터에 무더기 3점포를 맞았다. (그래서 강 감독은 전자랜드전서 빅라인업을 3~4쿼터 승부처에만 집중 활용했다)
지역방어는 필연적으로 상대가 적응 할 수밖에 없다. 빅라인업은 외곽슛과 빠른 트랜지션에 의한 득점이라는 답이 나와있는 상태다. 실제 삼성과 전자랜드가 보여줬고, 다른 팀들도 그렇게 할 게 명확하다. 공격에서도 골밑 공략 위주의 정적인 움직임이 많았고, 득점력이 좋은 이대성의 돌파 공간이 좁아지는 약점도 나왔다.
그래서 강 감독은 "어설픈 높이로 이겼다. 브레이크에 좀 쉬다 더 맞춰야 한다. 이종현은 경기력(+게임체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공수에서 너무 안 맞았다"라고 했다. 수비의 경우, 매치업 존을 할 때, 상대 2대2에 대한 대처를 얘기했다. "외국선수들이 체크 백(헷지&리커버리)이 너무 안 됐다"라고 했다. 공격의 경우, "상대가 지역방어를 바짝 올라와서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준비한 게 있다. 전혀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위디는 "픽&롤을 할 때, 공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데 아직 가드들과 호흡이 완전하지 않다"라고 했다.
오리온은 빅라인업이라는 승부수를 확실하게 공개했다. 이대성의 활용이 줄어드는 정적인 공격, 아직은 (그럴 수밖에 없는)효율성이 떨어지는 빅맨들의 연계플레이, 수비에서의 외곽커버 약점, 스크린 대처 등 산적한 과제를 안았다. 잘 풀리면, 시즌 중반 이후 최고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위디는 "KBL은 수비자 3초룰이 없기 때문에 빅라인업이 수비에서 효과가 있다. 공격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종현은 "빅라인업으로 할 수 있는 농구도 있다. 승현이 형이나 일영이 형이 뛰면 또 그렇지 않다. 다양한 멤버를 가진 팀이다"라고 했다.
[위디(위), 위디와 이종현(가운데), 이종현과 이승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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