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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 작품은 없다."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은 마이데일리와의 창간인터뷰를 통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인생에서 가장 빨리 간 1년이었다. 많은 걸 배웠다. 조언도 많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했다.
롯데는 최악의 2019년을 보냈다. 전임 감독과 단장이 전반기를 마치고 사퇴했고,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구단은 강도 높은 개혁을 택했다. 성민규 단장의 '프로세성'(프로세스+성 단장) 시즌 1은 그렇게 막을 올렸다.
LG와 키움에서 코치로 잔뼈가 굵은 허문회 감독을 영입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외국인선수들을 새롭게 데려왔다. 외부 FA 안치홍과의 2+2년 계약, 포수 지성준의 트레이드로 영입 등 성 단장의 비 시즌은 화려했다.
그러나 롯데는 71승1무72패, 7위로 2020시즌을 마쳤다. 2019년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으나 남은 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다. 성 단장은 "구단에 들어와보니 외부에서 들었던 긍정적인 얘기와 부정적인 얘기 모두 그대로 보였다. 어려운 것들, 부딪히는 것들도 많았다. 좋았던 점도 많았다. 지난 1년간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단장은 구성원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다
성 단장에게 올 시즌 성적 얘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지난 시즌에 10위를 했으니 올해 7위면 잘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반대로 그 정도의 돈을 받으면서 7위면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올해 성적에 대해 만족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성 단장은 "그렇다고 '이건 이래서 못했고, 저건 저래서 못했고'라는 말을 하는 건 단장으로서 옳지 않다"라고 했다. 현장의 공과에 대해 프런트의 책임자인 단장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봤다.
또한, 성 단장은 "내가 누군가를 평가를 할 건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이 선수가 '수비를 못한다'라고 하면, 정말 '수비를 못하는 것처럼' 낙인이 찍히고, 누구나 그렇게 평가 하게 된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성 단장은 자신 또한 롯데 자이언츠 구성원의 일원이라고 바라본다. 시즌 도중 들린 일부 잡음(사실 여부를 떠나서)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신중하게 움직이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와의 계약 등 인사에 관련된 부분 역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다.
▲내 작품은 없다
2020시즌을 돌아보면, 결과적으로 지성준의 트레이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안치홍도 KIA 타이거즈 시절 보여준 최상위급의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외국인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외국인타자 딕슨 마차도는 대박을 쳤다. 마차도와는 일찌감치 1+1 재계약을 맺었다. 스트레일리에게도 최대치의 재계약 오퍼를 보낸 상태다.
성 단장은 "모든 결정을 내릴 때,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은 없었다. 내 작품은 없었다"라고 했다. 스트레일리와의 계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가 혼자 뽑았다고 볼 수 없다. 스카우트팀이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외부에선 2021년 신인으로 김진욱과 손성빈에 나승엽까지 품은 것을 두고 "성 단장의 수완이 대단했다"라고 한다. 실제 성 단장은 메이저리그 진출 생각이 컸던 나승엽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 대목에서도 성 단장은 "신인들 역시 내 작품이 아니다. 스카우트 팀이 있어서 좋은 신인들을 뽑았다. 내가 그림만 그렸을 뿐이다. 그 선수들에게 별 다른 말을 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해보자' 정도였다. 프로는 결국 알아서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단, 성 단장은 2차 지명 직전 공개적으로 '미리 해외 진출을 선언한 선수는 지명대상자에서 제외하자'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오해를 풀고자 했다. "일각에서 나승엽을 얻기 위해 일부로 그랬다고 하는데, 오래 전부터 그렇게 생각을 해왔다.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봐서 그렇게 했다. (실행위원회에서)다른 팀들이 반대를 하자 그 자리에서 '그럼 우리는 나승엽을 지명하겠습니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성 단장은 인터뷰 내내 신중한 어조였다. 굳이 자신을 띄우거나 포장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없었던 일을 있었다거나, 있었던 일을 없었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롯데가 명문구단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행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분명하게 밝혔다. 창간인터뷰②에서 이어진다.
[롯데 성민규 단장.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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