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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청담 김진성 기자] "내가 될 줄 알았다면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대호(FA) 전 프로야구선수협회장(이하 선수협)이 '판공비 셀프인상'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 매체가 1일 이대호 전 회장이 판공비를 스스로 6000만원 수준으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대호의 형이자 오투에스엔엠 이차호 대표이사가 2일 자신의 SNS에 반박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리고 이대호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리베라호텔 15층 로즈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자신의 입장문을 읽은 뒤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을 진행했다. 핵심은 절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판공비를 올린 게 아니며, 자신은 회장을 맡을 생각도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통해 맡게 됐다는 것이다.
이대호는 "(2019년 3월18일 임시이사회에서)30명의 선수 모두 회장을 맡으려고 하지 않았고, (판공비 인상은)나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얘기했던 부분이다. 그러면서 6000만원으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당시 자신을 추대하는 자리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원래 회장 후보도 아니었다. 회장에 대해 의논해보자는 취지에서 30명이 모였다. 판공비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원래 회장 후보에 10명이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의견을 냈다. 30명이 다 같이 의사결정을 해서 후보를 냈다"라고 밝혔다.
당시 위상 때문에 이대호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지적에 "솔직히 회장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선수협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회장이)되는 건 아무도 모른다. 600명~800명의 선수들이 있고, 후보를 내도 내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했다. 선배로서 그 자리에서 선수협 관련 의논을 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회장이 좀 더 대우를 받기 위해 의견을 얘기했다"라고 했다.
또한, 이대호는 "내가 회장이 될 줄 알았다면 그런 말(판공비 인상)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론들도 있는데 내게 손해가 되는 일이다.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너무 후배들이 안 하려고 하길래 조금이나마 올렸으면 한다고 제안한 것이었다. 선수들, 이사들이 얘기하고 투표해서 회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내가 (회장을)하자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문제가 될 것을 알았다면 시정을 했을 것이다. 당시 운동에 전념할 시기였다. 그동안 판공비에 대한 논란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판공비에 대해 (문제라고)생각한 적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이대호는 회장을 맡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그는 "외국(일본프로야구)도 다녀왔고 대표팀에서도 많이 뛰었다. 후배들은 선배가 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다만, 나도 구단(롯데 자이언츠)에서 금액을 많이 받고 왔다. 야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 해야 한다고 하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대호는 "나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다. 성적을 내야 한다. 야구를 열심히 해야 하고 롯데가 나를 예우한 차원을 보더라도 그래야 했다. 계약기간 4년이 선수생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면 무조건 (회장을)맡았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후보에서)빼줬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후배들도 안 맡는 자리가 됐다. 그러면 안 되니 다 같이 후보로 넣자고 했고, 그래서 맡게 된 것이었다"라고 보탰다.
이대호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솔직히 그 자리가 좋은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잘해도 좋아해주지 않는 자리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일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안 좋게 물러나는 모습이 됐으니 다음 회장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라고 했다.
[이대호. 사진 = 청담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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