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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트라이앵글 오펜스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필 잭슨 전 뉴욕 닉스 사장이 감독 시절 즐겨 사용한 전술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5명의 선수 중 3명이 삼각형 모양으로 서서 공격을 시도한다. 나머지 2명 중 1명이 삼각형 대형의 선수 중 누구에게, 어느 타이밍에 공을 주느냐에 따라, 상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옵션이 파생된다. 복잡한 전술이다.
강을준 감독이 지금 오리온의 상황과 현실에 맞는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이식하려고 한다. 오리온은 이종현을 영입하면서 제프 위디(디드릭 로슨)-이승현-이종현으로 이어지는 트리플포스트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대성, 허일영까지 뛰면 완벽한 빅라인업.
강 감독은 이종현을 이승현의 백업으로만 기용하지 않는다. 매치업, 경기흐름에 따라 두 빅맨을 동시에 기용한다. 이종현 영입 후 트리플포스트를 승부처에 가동, 세 경기를 모두 잡았으나 내용은 신통치 않았다.
트리플포스트를 가동하면 기동력이 떨어진다. 외곽 수비에 약점이 생긴다. 지역방어는 불가피하다. 삼성, 전자랜드, 현대모비스는 오리온 빅라인업의 지역방어를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특히 코너에서 3점포를 많이 꽂았다. 오리온이 보완해야 할 부분.
그리고 강 감독은 트리플포스트 공격의 핵심 키워드를 트라이앵글 오펜스로 설정했다. 지역방어를 보정해도,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위력을 살리지 못하면 트리플포스트의 공수마진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 감독은 3일 현대모비스전을 앞두고 "어제 밤에도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라고 했다. 시즌 전에 충실히 준비해도 완성도를 높이는 게 쉽지 않다. 하물며 오리온 트리플포스트는 시즌 도중에 결성됐다. 최근 2주간의 브레이크가 있었으나 "그걸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실전서 부작용을 겪으면서 다듬어야 한다.
오리온 트리플포스트를 상대하는 팀도 지역방어를 한다. 지역방어 어택을 위해, 빅맨들의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효율적이라는 게 강 감독 생각이다. 사실 상대가 맨투맨과 더블팀을 하면 미스매치 공격과 활발한 패스에 의한 오픈 찬스를 창출하면 된다.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전자랜드전부터 삼각형 대형으로 공격했다. 주로 이승현이 하이포스트에서 꼭지점 역할을 했다. 이종현과 위디는 로포스트에 간격을 두고 섰다. 현대모비스전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아직 이들의 효율적인 패스와 움직임에 의한 득점은 많지 않다. 현재 오리온 트리플포스트는 골밑 수비 외에 효율이 떨어진다. 강 감독은 "트리플포스트를 사용하면 안쪽의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해야 한다. 승현이나 종현이가 미드레인지에서 슛을 많이 쏴야 한다"라고 했다.
슈팅능력이 있는 이승현이 하이포스트에서 (안 들어가도)슛을 던져야 골밑의 수비수가 하이포스트까지 올라와 체크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로포스트의 위디 혹은 로슨과 이종현에게도 공간이 열리고 찬스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때 상대가 도움수비를 하면 외곽슛 찬스까지 볼 수 있다.
이대성도 "현대모비스가 극단적으로 외곽을 막는 지역방어를 하면서, 하이포스트는 비어있었다. 스페이싱 문제 때문에 승현이나 종현이가 슛을 쏴줘야 하는데 소극적이었다. 승현이가 좀 더 공격적으로 하면 상대도 지역방어를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슈팅능력과 패스능력을 두루 갖춘 이승현이다. 현대모비스전 막판 결정적 연속득점 루트가 미드레인지 점퍼였다. 당시 그 점퍼 두 방으로 오리온이 승기를 잡았다.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반면 위디와 이종현은 게임체력을 더 올려야 한다는 게 강 감독 진단. 강 감독은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다시 더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위에서부터 이승현, 이종현, 위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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