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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GC에 있을 때 형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KBL과 WKBL은 여전히 빅맨의 포스트업과 파생되는 공격이 중요한 옵션이다. 그러나 최근 2~3년을 돌아보면 2대2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KBL의 경우 이제 2대2를 주요 옵션으로 쓰지 않는 팀은 없다.
KCC 베테랑 슈팅가드 이정현은 리그 최고의 2대2 마스터 중 한 명이다. KCC는 타일러 데이비스와 라건아라는 정통 빅맨을 보유했다. 특히 골밑에서 생산력, 집중력이 남다른 데이비스의 존재감 덕분에 선두를 달린다. 가드가 공을 로 포스트에 넣어주면 데이비스가 2점으로 연결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그런데 데이비스의 골밑 1대1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KCC의 세트오펜스가 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공이 데이비스에게 투입되면 나머지 4명의 선수가 할 일이 거의 없어진다. 결국 어느 순간 서 있게 된다. 실제 휴식기 전후로 KCC의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이런 흐름이 있었다.
그래서 이정현과 데이비스의 2대2는 KCC의 중요한 무기다. 2대2의 최대장점은 파생되는 옵션이 많은 것이다.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내거나 미스매치로 수비밸런스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때 자연스럽게 나머지 3명의 공격수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갈 수 있다. 즉, 팀의 공격 리듬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3라운드다. 이정현과 데이비스의 2대2 호흡이 점점 매끄러워지고 있다. 10일 오리온과의 홈 경기서 좋은 장면을 몇 차례 만들어냈다. 이정현은 드라이브 인, 미드레인지 점퍼, 패스를 상대 수비 움직임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택한다. 때문에 상대로선 이정현의 2대2를 막는 게 까다롭다.
이정현은 "데이비스를 처음 봤을 때, 2대2를 안 해본 선수 같았다. 이젠 데이비스도 감을 잡는 것 같다. KBL은 2대2가 대세다. 내가 림 어택을 적극적으로 하면 수비가 더 붙는다. 내 야투가 들어가지 않아도 데이비스가 공격리바운드를 잡아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맞춘다"라고 했다.
추일승 전 오리온 감독은 몇 개월 전 유튜브 '나는 농구인이다'를 통해 2대2를 자세히 소개했다. 추 전 감독은 학생 선수들에게 2대2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드리블러의 공격성'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스크린을 받으면 자신의 공격기회부터 살피고, 실제로 공간이 있으면 돌파든 슛이든 적극적으로 림을 공략하라고 했다. 그래야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자연스럽게 스크리너에게도 공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2대2의 핵심포인트다. 이정현의 말과 궤를 함께 한다. 드리블러가 공격성을 띄지 않으면 스크리너만 괴로워진다.
이정현은 역시 기본을 잘 안다. 공에 대한 응집력이 남다른 데이비스는 공격리바운드도 잘 잡는다. 2대2를 통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공격성을 보여야 데이비스도 편해지고, 실제 공격이 실패해도 데이비스의 2차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이정현은 2대2 노하우를 어떻게 익혔을까. 그는 "KGC 시절 (김)성철이 형, (김)태술이 형 등 선배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데이비드 사이먼, 찰스 로드 등 좋은 센터들도 있었다. 형들이 노하우를 많이 알려줬다. 형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경험을 통해 이정현의 2대2 간판동작도 생겼다. 스크린을 받고 최대한 길게 골밑으로 돌파한 뒤 마치 레이업슛을 얹는 듯한 동작으로 빅맨에게 패스하는 모습이다. 빅맨의 수비수를 최대한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레이업슛인지 패스인지 헷갈리게 하는 효과가 쏠쏠하다.
이정현은 "2대2는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상대 빅맨이 블록을 하는지, 새깅을 하는지, 헷지를 하는지, 함정 수비를 하는지 끝까지 본다. 감으로 판단한다. 10년 정도 뛰면서 노하우도 생겼다. 데이비스와 (공을 넣는)타이밍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라고 했다.
KCC는 10일 오리온전서 3연패를 끊었다. 앞으로 이정현과 데이비스, 혹은 이정현과 라건아의 2대2가 어느 정도로 구현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상대의 대처도 중요하다. KBL 상위권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다.
[이정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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