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배수용이 생각난다."
삼성 이관희는 20일 전자랜드전서 58-57로 앞선 4쿼터 종료 33.5초전 결정적 득점을 올렸다. 자유투 라인 1~2발짝 앞에서 장민국의 패스를 상체를 살짝 숙여 오른손으로 받자마자 그대로 들어올렸다. 공은 림을 통과했다.
일종의 언더슛이었다. 마치 볼링선수가 공을 던지기 직전의 스텝과 비슷했다. 집중력이 돋보였다. 사실 장민국의 패스는 다소 약했다. 데굴데굴 굴러갔다. 만약 이관희가 패스를 두 손으로 잡았다면 수비수에게 막혀 슛이나 패스를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놀라운 건 이관희는 이 언더슛을 꾸준히 연습했다는 점이다. "내가 돌파력이 좋으니까 외국선수들의 블록이 날아온다. 그 상황을 대비해서 그런 슛을 연습했다"라고 했다. 자신의 평소 슛 연습 드릴을 소화하기 전에 틈틈이 50~100개씩 연습했다. 마침내 실전서 빛을 봤다.
확률상 실전서 그런 슛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관희는 자신의 플레이 특성을 감안, 작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 '막슛'으로 보여도, 미리 연습 하지 않았다면 득점할 수 없었다. 농구를 향한 열정과 훈련량이 많은 이관희의 디테일이 빚어낸 결실이었다.
이관희는 배수용에게 고마워했다. "아침과 오후 훈련 1시간 전에 슈팅훈련을 하는데, 이 슛과 함께 플로터, 자유투, 3점슛, 미드레인지슛 연습을 배수용과 함께 한다. 배수용이 삼성에 온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이 연습했다. 수용이 덕분에 그 슛이 들어갔다"라고 했다. 배수용이 매일 함께한 덕분에 자신도 부지런히 연습했다는 뜻이다.
이제 이관희는 김동욱을 바라본다. "올 시즌 팀 내 어시스트 1위를 한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 큰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동욱이 형이 기사를 보고 긴장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개수 자체는 많지 않다. 경기당 2.3개. 2.4개의 김동욱에 이어 팀 내 어시스트 2위.
이관희의 개인기량 자체는 리그 최고라고 할 수 없어도 수준급이다. 농구에 대한 진지함, 많은 개인훈련의 성과로 업그레이드 했다. 다만, 간혹 경기 흐름에 벗어나는 플레이를 하거나 템포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상민 감독이 "침착하게 하라"고 하는 이유다.
이관희는 2017~2018시즌 평균 8.4점을 올렸다. 이후 2018~2019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평균 13.5점, 10.6점, 11.1점. 확실히 2~3년 사이 공격력은 업그레이드 됐다. 그러나 이관희의 스텝 업이 삼성의 스텝 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최근 이관희의 스타일은 다소 바뀌었다. 자신의 공격과 동료의 공격을 살리는 비율을 효율적으로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또 한번의 스텝 업을 노린다. 에이스는 자신 뿐 아니라 동료를 살릴 줄 알아야 한다. 경기당 2.3어시스트는 자신의 커리어하이. 동료를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무리한 플레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삼성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수비력을 끌어올리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멤버구성을 보면 공격력을 더 살릴 수 있다. 최근 아이재아 힉스와 장민국, 케네디 믹스와 김준일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힉스와 김준일의 스페이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다만, 가드진의 공격 생산력은 떨어진다. 이관희가 연결고리 역할을 좀 더 충실히 하면 삼성 공격력이 시너지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관희는 "작년과 재작년에 공격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개인 기록은 좋았지만, 팀 성적은 따라오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았고 고민했다. 이젠 팀원들을 살리고 어시스트에도 집중하고 싶다. 그래서 FA 1년 계약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올 시즌 자신의 손으로 삼성을 스텝 업 시키면서, 시즌 후 자신의 가치도 다시 평가 받겠다는 의지.
이관희는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어야 팀이 더 올라갈 수 있다. 팀 성적이 올라가면 내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어시스트 1개를 해도 팀원을 위해 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관희(위), 이관희와 김동욱(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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