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대2에서 슛만 하는 가드는 성장할 수 없다."
김낙현은 전자랜드 에이스다. 슈팅 테크닉이 KBL 최상위급이다. 풀업 3점슛과 풀업 미드레인지 슛, 스텝백 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수비수를 달고 다니다 조그마한 공간만 생겨도 과감하게 림을 공략한다.
하체 밸런스가 상당히 좋다. 그리고 클러치 상황에 강력하다. 대학 시절부터 타고난 강심장이었다. 27일 KGC전이 백미였다. 4쿼터 막판 결정적 우중간 3점포와 추가자유투를 성공했다. 이재도와의 맞대결서 판정승 했다.
슛 거리도 길다. 스크린을 받을 때 스크리너의 수비수까지 김낙현을 마크하기 위해 3점 라인 밖으로 올라온다. 이때 나머지 4명의 선수가 스페이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때 김낙현은 순간적인 4대3 상황을 활용, 동료에게 도움을 주거나 직접 수비수 2명의 견제를 뚫고 공격한다.
올 시즌 25경기서 평균 28분31초 동안 13.1점 5.3어시스트 1.1스틸. 3점슛 성공률은 36.7%. 경기당 2.0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한 6명의 선수 중 4위다. 어시스트는 커리어하이. 다만, 필드골성공률이 지난 시즌 44.1%서 올 시즌 41.5%로 약간 떨어졌다. 턴오버도 2.4개로 커리어하이. 전반적으로 좋은 기록이다.
유도훈 감독은 최근 김낙현에게 잇따라 쓴소리를 날렸다. 26일 오리온전서 한호빈에게 꽉 막혀 4점으로 부진하자 "2대2에서 슛만 하는 가드는 성장할 수 없다. 수비를 상대로 살아 있는 패스를 해야 하고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라고 했다. 26일 KGC전 맹활약 이후에도 "만족할 수 없다. 전자랜드 에이스가 아니라 KBL 에이스가 돼야 한다"라고 했다.
지금도 잘 하는 김낙현이 더 잘해서 'KBL 넘버 원 가드'로 인정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낙현은 전자랜드의 하락세와 함께 살짝 주춤한 시기가 있었다. 11월14일 KCC전부터 9일 LG전까지 6연패할 때 김낙현도 4경기서 10점 이하에 그쳤다. 이후 페이스를 올리다 26일 오리온전서 부진했다. 그리고 27일 KGC전서 다시 살아났다.
슈팅능력, 클러치능력이 탁월한 김낙현이 집중견제를 받는 건 당연하다. 스크린만 받으면 강력한 헷지를 받고, 심지어 상대의 스위치에 의해 장신 수비수의 견제를 받는다. 45도에선 트랩을 받는다. (수비입장에선 사이드라인이 가깝기 때문에 트랩으로 효과를 높인다)
이런 상황서 턴오버를 범하거나 슈팅정확성이 떨어졌다. 2대2 파트너 헨리 심스가 부진할 때 심스의 수비수까지 김낙현을 적극적으로 봉쇄했다. 올 시즌 필드골 성공률이 약간 떨어지고, 턴오버 개수가 올라간 건 우연은 아니다.
타 구단 몇몇 지도자는 "김낙현은 위력적이다. 슛도 좋고 패스도 잘 한다"라면서 "아무래도 동료의 찬스를 보기보다 자신의 공격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낙현이 탄성을 자아내는 어시스트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스타일 자체가 현대농구에 딱 맞는 1번이다. 다만, 패스나 돌파보다 슛을 좀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수비 입장에선 좀 더 바짝 붙어 마크를 할 여지는 있다.
유 감독이 "2대2에서 슛만 하는 가드는 성장할 수 없다", "살아 있는 패스를 해야 한다"라고 한 배경이다. 흐름에 따라 자신의 공격과 함께 질 좋은 패스를 자유자재로 하면서 경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풀어달라는 주문이다. 사실 모든 가드의 숙제다. 유 감독은 김낙현이 충분히 할 수 있고, 그 레벨로 올라가야 "KBL 에이스"가 된다고 믿는다.
일단 유 감독은 김낙현에게 2대2 빈도를 줄일 것을 요구했다. 대신 공이 없는 나머지 4명의 선수가 활발하게 스크린을 하고 움직여서 김낙현으로부터 공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게 했다. 김낙현은 스크린을 받지 않은 상황서 1대1로 수비수를 제치게 한 뒤 넥스트 플레이를 하게 했다.
유 감독은 "농구는 2대2보다 1대1이 더 편한 것이다. 1대1를 해서 제치면 2대2를 할 필요도 없다"라고 했다. 김낙현도 "요즘 감독님이 2대2를 거의 주문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실제 KGC전 세트오펜스에서 김낙현의 2대2는 거의 없었다. 2쿼터 중반 우측 45도에서 심스와 2대2를 시도하자 KGC는 기다렸다는 듯 트랩을 했다. 김낙현은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4쿼터 막판 결정적 4점플레이 당시 이대헌의 스크린을 받았다. 얼리오펜스였다. 수비가 정돈되지 않았다.
현대농구에서 2대2를 배제할 수 없다. 에이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1대1로 경기를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건 어렵다. 스크린을 받을 때 헤지테이션 드리블이나 다양한 페이크로 수비수를 잘 속이고 견제 타이밍을 잘 빼앗는 이정현(KCC)은 좋은 참고서다. 유 감독도 "그런 건 필요하다"라고 했다.
김낙현은 "감독님은 완벽한 선수를 원한다. 예를 들어 패스는 박찬희, 공격은 두경민, 김선형. 사실 그 선수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할 수 있고, 그 선수들이 잘 하는데 내가 못하는 것도 있다. 보고 따라 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 장점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내 스타일대로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KBL 탑클래스 가드들도 약점이 없지 않다. 김낙현은 자신 말대로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유 감독의 쓴소리를 자양분 삼아 더 발전해나가면 된다. 김낙현은 "감독님의 요구를 못 따라간다. 감독님이 원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김낙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