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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전(前) 수능 출제 위원 강상희 씨가 출연해 문제 출제 과정 비하인드스토리를 들려줬다.
30일 밤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87회에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끝 매듭을 짓는 자기님들과 만나는 '시작과 끝' 특집이 그려졌다.
이날 강상희 대표는 "이전에 수능 문제 출제에 다섯 차례 참여했다. 지금은 수능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연구소 소장으로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수능을 출제한지 시간이 꽤 흘렀고 사교육기관 종사자라서 이제는 저를 안 부르기에 시청자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출연했다"라고 덧붙였다.
강상희 대표는 "문제 출제와 관련된 해당 전공 대학교수, 또는 재직 중인 교사분들이 참여하는데 당시 제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을 때 제안을 받았다. 담당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각종 서약을 한다. 자세한 과정은 철저하게 비밀이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출제 위원이 되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감금 생활을 한다. 출제 위원 호송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간다. 합숙소 역시 비공개다. 창문 밖에 풍경이 변하는 걸 보면서 아 내가 어디쯤 가고 있구나 한다"라면서 "제가 출제했던 국어 영역은 출제 위원 30명, 검토 위원 20명이 모였다. 국어 한 과목만 50명으로 합숙소에 몇 백 명이 계신다. 영어 듣기 녹음하는 외국인분도 계신다. 그리고 저희 생활을 챙겨주는 분들도 함께 감금된다. 일정한 곳에 갇혀서 출제를 하기 때문에 가둬두는 역할을 해주시는 보안요원도 계신다"라고 밝혔다.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차단된 채, 합숙소 생활을 보낸다고. 강상희 대표는 "합숙소에 한 번 들어가면 한 발자국도 못 나온다. 숙소 주변에 펜스를 설치한다. 울타리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다. 그 안에 작은 병원도 있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도 함께하신다"라고 전했다.
다만, "직계 가족 사망시엔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보안요원과 동행한다. 상중에 다 있지도 못하고 최소한의 일만 하고 복귀해야 한다.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경우엔 의료진이 성함을 물으면 보안요원이 대신 이름을 말할 수 없다고 알린다. 혹시 모를 조금의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세호는 "출제 위원분들이 합숙소 운동장에서 족구를 하다가 펜스 밖으로 공이 나갔는데 보안요원이 그 공을 찢어버렸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강상희 대표는 "제가 그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보안의 엄격함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다 차단한다"라며 "보안요원이 쓰레기도 확인한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비닐장갑을 끼고 확인한다. 생활 쓰레기는 수능 종료 후 일괄 처리한다"라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또한 그는 "인터넷 검색은 내부 검색실에서만 할 수 있다. 보안요원한테 사전에 기록을 남기고 검색해야 한다. 만에 하나 혹시 모를 해킹에 대비해 가령 A를 검색하려 한다면 A부터 F까지 검색한다. 무엇을 검색한지 알 수 없게 하는 것도 지침이다"라면서 "저는 이런 적도 있었다. 어떤 단어가 정확한지 판단할 수 없었는데 어느 교수님의 연구실에 해당 정보가 담긴 책이 있다고 하여 한 권을 가져와야 했던 적이 있었다. 한 권을 1분 보려고 그 교수님 연구실에 있는 책을 거의 다 가져왔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통화 자체가 불가능한데 피치 못할 경우 소수 가족에게 비상 연락처를 알려준다. 본인이 직접 통화는 못하고 담당 요원이 대리 통화한다. 당시 신혼인 출제 위원이 있었는데 보안요원을 통해 사랑 고백을 주고받은 분도 있었다. 금지어도 존재한다. 숫자는 말할 수 없다. 암호화해서 전달할 수 있기에, 집에서 중요한 통장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연락이 왔는데 끝내 전하지 못한 출제 위원도 있었다"라고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강상희 대표는 "외부와 차단됐다고 해서 외부 소식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 TV를 볼 수 있고 신문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걸 매일 확인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 주식 투자를 하는 분이 출제 기간 동안에 주식이 계속 떨어지는데 처리를 할 수가 없어서 마음고생을 크게 한 적도 있었다"라고 웃픈 사연도 공개했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87회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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