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리포트: 하나원큐 뒤늦은 상승세, 지역방어와 신지현

[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하나원큐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오히려 상승세를 탄다. 좀 더 이른 시점에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하나원큐은 최악의 시즌 출발을 했다. 고아라의 부진과 부상, 강이슬의 좋지 않은 컨디션이 겹치면서 특유의 강력한 활동량, 트랜지션을 잃었다. 본래 개개인의 수비력은 약한 편. 활동량이 떨어지자 공격력까지 실종되며 경쟁력을 잃었다.

그러나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서서히 경기력을 올린다. 시즌 초반 까먹은 승수가 워낙 많았다. 결국 극복하지 못했고 4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얻지 못했다. 대신 시즌 막판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KB와의 두 차례 대결서 모두 밀리지 않았고, 청주에선 완승을 따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8일 삼성생명과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서 완승했다. 일단 브레이크 이후 재미를 보는 매치업 존의 완성도가 점점 더 올라간다. 그리고 신지현의 활약이 눈부시다. 실질적 에이스다.

하나원큐는 초반부터 2-3 매치업 존을 했다. 볼이 투입되는 위치에 따라 3-2로 바뀌기도 했지만, 기본 대형은 2-3. 여자농구는 여전히 스크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떨어진다. 요즘 남자농구의 KGC가 매치업 존을 하면서 스크린에 스위치와 트랩으로 대응한다. 하나원큐의 지역방어가 그 정도까지 변형을 주는 건 아니지만, 여자농구에선 꽤 완성도가 있다. 개개인의 수비 약점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이후 힘을 뺀다. 이날도 여자농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로테이션을 폭 넓게 했다. 김한별과 박하나는 제외했고, 배혜윤도 철저히 아낀다. 대신 조수아, 신이슬, 박혜미, 김한비, 김나연, 이명관 등을 고루 기용한다.

플레이오프에 대비, 주축들의 에너지를 아끼면서, 로테이션의 폭을 넓혀 미래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 다만, 아무래도 전력을 극대화하긴 어려운 운영방식. 윤예빈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하지만, 포인트가드로서 지역방어 어택에 약점을 드러냈다. 초반에 볼을 끄는 시간이 길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사이 하나원큐는 신지현과 강이슬을 앞세워 손쉽게 주도권을 잡았다. 일찌감치 15점 내외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삼성생명은 2쿼터 중반부터 감을 잡았다. 역시 지역방어에는 속공이 특효약이다. 그리고 세트오펜스에서도 윤예빈이 날카로운 패스로 신이슬의 3점포를 도왔고, 김단비도 효율적인 돌파를 했다.

배혜윤이 역시 베테랑이었다. 3쿼터 초반 잇따라 뒷공간을 파고 들어 연속 득점을 올렸다. 지역방어가 림을 등지고 수비를 하다 보니, 백도어에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3쿼터 중반 5점차까지 추격.

이때 하나원큐는 작전시간을 불렀고, 일시적으로 맨투맨을 사용했다. 그리고 풀코트 프레스를 사용하면서 삼성생명의 리듬을 끊었다. 공격에선 신지현이 양인영과 강이슬에게 수 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건넸고, 직접 득점까지 올렸다. 현대농구가 원하는 포인트가드의 표본이었다. 확실히 올 시즌 신지현의 시야는 넓다. 양인영과의 2대2도 꽤 날카로웠다. 신지현의 '하드캐리'로 다시 순식간에 15점차 이상 벌어졌다. 삼성생명은 초반부터 스크린 대처에 수 차례 문제를 드러내며 신지현과 강이슬을 제어하지 못했다. 강이슬이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지만, 하나원큐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는 신지현이다.

4쿼터는 큰 의미 없었던 시간. 하나원큐의 84-67 승리.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 건너갔지만, 다음시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2연승이다. 반면 삼성생명의 폭 넓은 로테이션은 인상적이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취사선택을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수아, 신이슬, 김나연 등 몇몇 신예들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지현(위), 하나원큐 선수들(아래). 사진 = 부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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