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홈런 타자는 쉽게 만들지 못한다.
박병호(KT)는 2020년과 2021년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타율 2할대 초반에 장타율은 4할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홈런은 21개와 20개를 터트렸다. 애버리지를 높일 수 있게 간결한 폼으로 바꿨지만, 제대로 맞으면 여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타격, 특히 장타생산이 운동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경험과 노하우, 순간적인 위기대처능력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선 최첨단 데이터로 무장한 요즘 시대에, 철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관리로 중무장한 요즘 시대에 왜 20대 거포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2021시즌 20홈런을 터트린 국내 타자는 11명이었다. 이들 중 20대는 1993년생 구자욱(삼성, 21홈런)이 유일했다. 그만큼 KBO리그는 젊은 거포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KT가 전성기가 지난 박병호를 30억원에 데려간 이유다.
키움은 '포스트 박병호'에 대한 대비가 돼 있을까. 기본적으로 젊은 타자들 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박병호의 명맥을 이을만한 홈런타자, 장거리타자는 보이지 않는다. 젊은 내야수들은 장타와 거리가 있고, 예진원, 변상권 등 외야수들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은근히 기대 중인 박주홍은 지난 2년간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서 2019시즌 후 제리 샌즈, 2020시즌 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빠져나가면서 키움의 장타력, 홈런생산력이 급감했다. 박병호의 부진과도 궤를 함께했다. 키움은 2019년 팀 타율 0.282(1위), 팀 홈런 112개(4위), 팀 타점 741개(1위), 팀 장타율 0.414(2위), 팀 OPS 0.768(1위) 모두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창단 초창기부터 타격의 팀이었고, 투수력이 올라오면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에는 타격 수치가 수직하락 했다. 팀 타율 0.269(7위), 0.259(7위), 팀 홈런 127개(8위), 91개(8위), 팀 타점 713개(5위), 671개(5위), 팀 장타율 0.408(6위), 0.376(7위), 팀 OPS 0.763(5위), 0.723(7위)였다. 2020년도 안 좋았는데, 2021년은 더 안 좋았다.
물론 박병호는 애버리지가 많이 떨어졌다. 20홈런 모두 영양가 만점의 홈런도 아니었다. 그러나 박병호가 타선에 있는 것과 없는 건 투수 입장에서 천지차이다. KT가 이런 점들을 모르고 박병호를 데려갔을까. 유, 무형의 효과까지 기대하고 고려해서 영입한 것이다.
당장 박병호가 빠지니, 그렇지 않아도 약해진 키움 타선이 더 힘 없어 보인다. 이정후를 제외하면 투수 입장에서 그렇게 까다로운 타자가 없다. 박병호가 빠져나간 이상 남은 타자들의 집단 성장, 십시일반의 힘을 보여줘야 하지만, 지난 2년의 모습, 리그 전체의 그림을 볼 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힘 있는 타자 한 명을 육성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자칫하다 키움 타선이 암흑기로 빠져들 가능성이 엿보인다. 올 시즌이 끝나면 장타력을 보유한 포수 박동원도 FA다. FA 시장의 약자 키움이 잡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장타력 고민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미 떠난 박병호를 다시 불러올 수도 없는 일이다. 남은 타자들의 각성, 타격 파트 지도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22년 키움 타선이 위태롭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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