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는 무조건 돈이 우선순위다.
2021-2022 KBO리그 FA 시장은 '프로스포츠=돈'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확인시키고 막을 내렸다. 15명이 역대 최다 989억원을 나눠 갖는 '돈 잔치'를 벌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잇따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는 점이다.
나성범이 6년 150억원에 NC에서 KIA로 떠났다. 박건우는 6년 100억원에 두산에서 NC로 옮겼다. 손아섭도 4년 64억원에 롯데에서 NC로 이동했다. 박해민은 4년 60억원에 삼성에서 LG로, 박병호가 3년 30억원에 키움에서 KT로 갔다.
KBO리그 FA 제도는 1999년에 도입됐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프랜차이즈 색채가 강한 특급스타들은 이적이 활발하지 않았다. 타 구단들이 선뜻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해당 선수들도 잔류를 우선으로 협상해왔다.
그러나 에이전트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혔다. FA들도 실속을 차리는 문화가 정착했다.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이적이 잇따랐다. 프랜차이즈의 정, 혹은 낭만보다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 돈이 지배하게 된 것이다. 좀 더 냉정하게 FA의 취지가 발현됐다. 어차피 선수생활은 길어야 30대 후반~40대 초반까지다. 그러나 은퇴 후 보장된 건 하나도 없다. 선수가 FA 자격을 갖추면 한 푼이라도 더 주겠다는 구단으로 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팬들은 아쉬움과 분노를 표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다. 한 야구관계자는 "비즈니스다. 돈에서 차이가 많이 나면 어쩔 수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는 구단들도 나름대로 계산한 게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구단의 전통과 마케팅, 나아가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구단들도 나름대로 계산한 선수의 적정가가 시장가와 맞지 않으면 결별을 마다하지 않는다. FA와 별개로 육성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키워낼 수 있다는 계산도 한다.
이제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시선, 접근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를 예로 들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나이가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몇 년 하고 은퇴해도 그 선수는 여전히 예전의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는다"라고 했다.
통산 679홈런을 자랑하는 베테랑타자 알버트 푸홀스(42)가 대표적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LA 에인절스에서 11년씩 뛰고 2021시즌 도중 LA 다저스로 옮겼다. 그러나 푸홀스가 은퇴하더라도 세인트루이스와 에인절스가 여전히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접해준다는 의미다. 팬들도 아쉬워하면서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우리도 이제 그런 문화로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와 구단의 이해관계가 계속 맞아떨어지면 좋은데,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와 구단이 헤어졌다고 해서 그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닌 건 아니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의미가 점점 드라이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박건우와 손아섭(위), 나성범(아래),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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