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처럼 많이 챙겨주셨다"…감독의 시작·선수의 끝을 함께한 사제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많이 티격태격했는데 감독님께서 아들처럼 많이 챙겨주셨다"

유희관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8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유희관은 지난 13년간 몸담았던 두산 베어스와 작별을 고했다.

유희관은 지난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성했다. 유희관은 남들과 달랐다. 13년간 편견에 맞서 싸웠다. 느린 공은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130km 중반대의 직구와 120km 초반의 싱커, 100km 이하의 커브를 활용해 무려 101승을 수확했다.

유희관은 데뷔 초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09~2010시즌 총 21경기에 나섰지만, 단 1승과 1홀드, 1세이브도 쌓지 못했다. 그러나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잠재력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유희관은 2013년 10승을 시작으로 2020시즌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두산이 최근 7년간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15·2016·2019년)을 거둘 때 유희관은 팀에 큰 힘을 보탰다. 2015년에는 18승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2016년 15승, 2019년 11승을 따내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비록 베어스 최다승에 올라 있는 장호연(109승)을 넘지는 못했지만, 베어스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좌완 100승을 기록하는 등 통산 281경기에 출전해 101승 69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58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이날 유희관의 은퇴 기자회견에는 7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김태형 감독도 찾았다.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후 어깨를 토닥이고, 악수를 건넸다. 김태형 감독과 7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유희관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수많은 감독이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유희관은 김태형 감독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김태형 감독이 두산의 지휘봉을 잡는 순간부터 자신이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오랜 기간을 함께 지냈다. 최고의 성적을 냈을 때도, 지난해처럼 힘든 순간을 겪을 때도 늘 김태형 감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유희관은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어떠한 말을 들었을까. 그는 "김태형 감독님께서 '너무 고생했다'고 해주셨다. 감독님과는 좋은 기억도, 안 좋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다"고 싱긋 웃으며 "많이 티격태격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아들처럼 많이 챙겨주셨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감독님이 부임하셨을 때(2015년) 우승을 했고, 내 인생의 커리어 하이 시즌(18승 5패 평균자책점 3.94)을 보냈다. 감독님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며 "감독님께서는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다른 인생을 살 때 좋은 일만 가득 하라'는 덕담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유희관은 "팬들께는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 두산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더 이상 야구를 하지 않고 은퇴하지만, 팬분들이 두산과 프로야구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예전의 인기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힌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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