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KBO리그 40년 역사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고교 선후배가 이렇게 화려하게 한 구단, 외야를 나란히 맡게 되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프로 구단의 외면을 받아 지명조차 되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하고 한 선수는 곧바로 연습생, 2년 후배는 대학 진학을 했으나 그래도 안 돼 역시 연습생으로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연습생은 계약금이 없다. 빈손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신고 선수라고 한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프로에서 성공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원 소속팀을 떠났다.
신일고 2년 선후배 LG 김현수(34)와 박해민(32)이 마침내 LG 트윈스의 홈구장 잠실벌 외야에서 무려 17년 만에 합체(合體)했다. 박해민은 한서고를 다니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신일고로 전학해 동문이 됐다.
그러나 김현수가 먼저 졸업해 함께 뛰지를 못하고 후일 모교에서 훈련을 같이 하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선후배의 정을 나누었다.
두산 베어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필라델피아를 거쳐 김현수가 먼저 2018시즌부터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6년 총액 115억원에 잔류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라이온즈에서 FA가 된 박해민이 LG 트윈스와 4년 60억원에 계약하고 선배 김현수가 좌측을 담당하는 잠실벌에서 중견수로 나란히 포진하게 됐다.
김현수는 2006년 신고 선수(연습생)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당시 스카우트들 그 누구도 지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연습생으로 겨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 첫 해 단 1경기에 나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김현수는 2007시즌 99경기에서 2할7푼3리, 그리고 2008시즌 126경기에 출장해 2루타 34개, 9홈런 포함 470타수 168안타,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스타 탄생을 알렸다.
2015시즌을 마치고 처음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었고 필라델피아를 거쳐 2018시즌 잠실벌 한 지붕 두가족인 LG 트윈스와 계약했다. 볼티모어와 2년 총액 700만달러(약 80억원 추정), LG와의 첫 계약에서는 4년 총액 115억원(계약금 65억원 연봉 50억원), 이번에는 같은 115억원이지만 4+2년, 최대 6년간 115억원이다.
신일고 2년 후배인 박해민이 LG 트윈스와 게약한 것은 의외였다. LG에 골든글러브 중견수 홍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박해민을 잔류시키지 못한 것도 놀라웠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에이전트인 ‘리코 스포츠 에이전시’의 이예랑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FA가 돼도 같은 금액이면 원 소속팀을 선호한다’라고 밝혔다. 추측해볼 때 박해민의 경우 삼성이 제시한 조건이 4년 60억원에 못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박해민이 서울 토박이 출신이어서 서울 팀을 택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우선 조건 면에서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
박해민도 신일고 졸업 때 프로구단 지명을 받지 못하자 2008년 한양대로 진학했고 대학에서도 프로구단들이 외면해 결국 연습생으로 201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아무 연고가 없는 타향에서 절치부심하며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김현수와 박해민 모두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됐다. 연습생 출신 두 고교 선후배가 올시즌 LG를 1994년 이후 2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사진=LG]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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