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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팀 동료가 하루 아침에 나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누면 어떤 심정일까. 같은 팀에 소속된, 절친이 졸지에 ‘적’이 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비련의 주인공’이야기가 유럽 축구리그에 회자되고 있어 팬들의 마음을 짠하게 하고 있다.
설마 러시아 출신과 우크라이나 출신이 같은 팀에서 뛰고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유럽 프로리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출신이 한 팀에서 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선수는 절친사이라고 한다. 정말 푸틴이 만든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슬픈 사연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아탈란타에서 뛰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루슬란 말리노브스키와 러시아 출신의 알렉세이 미란츠크이다.
그리스 언론이 전하는 내용에 따르면 두사람은 절친이라고 한다. 두 선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기 까지는 ‘전쟁’ 이라곤 두 사람 사이 벌어지는 ‘주전 경쟁’ 쯤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스타일이 엇비슷하다. 공격적인 플레이어여서 감독이 두 선수의 기용을 놓고 항상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선수는 주전 자리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고 한다.
절친인 두 선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더욱 더 서로를 격려하면서 위로하고 있다. 말리노브스키는 지난 달 26일 유로파리그에서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전에서 두골을 넣었다. 그는 ‘NO WAR IN Ukraine’가 적힌 언더 셔츠를 보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반대했다.
그리고 지난 1일 이번에는 미란츠크가 세리에 A 삼프도리아전서 후반 41분 팀의 4-0 승리를 확정짓는 4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는 절친의 마음을 알기에 아무런 골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센터 서클로 조용히 걸어갔다. 동료인 말리노브스키의 마음을 알기에 어떤 세레머니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리스 언론의 전언이다.
두 선수는 “러시아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왜 서로를 죽이고 죽여야하는 현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아탈란타 동료인 이탈리아 출신 마테오 페시나는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그들의 전문성을 위해서. 재능을 위해서”라면서 라커룸에서 둘의 포옹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두 선수는 비록 졸지에 적이 되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우정은 더욱 더 공고해졌다고 한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 미란츠크는 “기분이 이상하다”라고 했고 마리노브스키는 “그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둘은 “두 민족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따. 두 선수는 다짐했다. “승리를 위해.” 양국간의 전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팀 승리를 위해서...
[사진=포스톤 스포츠]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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