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하고 많이 다르구나."
김광현(SSG)의 지난 2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고생'으로 점철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홀로 타지에서 개인훈련하며 컨디션을 올리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단축시즌이 열렸고, 생소한 마무리를 잠시 맡았다. 그러나 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그해 9월에는 신장경색으로 갑자기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투수를 맡는 등 첫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2021시즌에는 마이크 실트 전 감독의 김광현 기용법이 도마에 올랐다. 선발투수의 경우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없기 때문에 경기 중반 대타 기용 타이밍에 맞춰 한 템포 빠르게 교체되는 경우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김광현의 조기 강판 사례가 유독 많았다. 선발투수로 성적이 딱히 처지지도 않았으나 하루아침에 불펜행을 통보 받기도 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없다. 김광현은 2년간 미국 선수들과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 문화를 접했고, 자신의 야구 스펙트럼도 넓혔다. 단순히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뿐 아니라 그라운드 외로 시선을 옮겨보기도 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20대 선수들의 마인드에 놀라움을 표했다.
김광현은 지난 9일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거들은)기술적인 부분도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생각 자체가 많이 다른 것 같다. 나이가 많아 봐야 대학생,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도 '어떻게 하면 야구 인기가 많아질까'를 늘 고민하고 노력한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 스스로 많이 생각한다. 생각이 깊은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메이저리그도 위기다. 물론 KBO리그의 비즈니스 파이와 차원이 다르지만, NBA와 비교할 때 점점 인기, 비즈니스 파이 차이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NBA는 젊은이들의 감성이 투영된 익사이팅한 스포츠인데, 조용하고 길게 진행되는 메이저리그는 올드 팬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마이너리그, 독립리그 등에서 각종 새로운 룰을 시험하는 배경에는 이런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김광현은 "팬 서비스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프런트를 포함해 선수들도 반성해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는 팬 서비스에 있어서 더 발전해야 한다. 야구를 할 때는 야구에 집중해야겠지만, 야구를 시작하기 전이나 끝난 후에는 팬들에게 하는 행동, 말투, 그리고 서비스까지도 달라져야 한다. 확실히 미국 선수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김광현도 KBO리그에 몸 담을 때부터 팬 서비스를 잘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다녀오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한국야구가 위기이니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라, 2년간 미국에 몸 담으며 피부로 차이를 느껴보니, 진심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긴 듯하다.
이런 마인드의 변화만으로도 김광현의 미국 생활은 성공적이었다. 김광현은 SK 시절에도 덕아웃 리더였고, SSG에서도 추신수와 함께 좋은 팀 문화를 이뤄나갈 적임자다. SSG 선수들은 2021년 추신수와 함께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김광현이 또 한번 선수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선수 한 명, 한 명 한국야구를 살리자는 주인의식이 강해진다면, 한국야구는 정말 달라질 수 있다.
김광현은 '야구 발전'과 '팬 퍼스트'를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역시 151억원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김광현의 세인트루이스 시절 모습. 사진 = SSG 랜더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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