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51억원의 진짜 가치를 증명한다.
메이저리그 노사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극적으로 새로운 노사협정을 체결했다. FA 시장이 다시 열렸다. 다음주에 스프링캠프를 뒤늦게 시작한다. 주말에는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결과적으로 김광현은 딱 사흘을 기다리지 못하고 SSG와 4년 151억원 계약을 체결한 모양새다.
미국 언론들이 김광현의 SSG행 사실을 보도하며 메이저리그에 잔류하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김광현도 메이저리그 잔류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SSG에서 SSG와 영광을 만들어갈 기회를 잡았다. SSG로선 추신수와 김강민이 올 시즌 후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으며, 박종훈과 문승원이 6월에 복귀해도 100% 기량을 보여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김광현의 가세가 큰 힘이 된다. 이제 SSG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진지하게 도전한다.
끝이 아니다. SSG는 미래를 결과로 바꿀 기회를 얻었다. SSG는 최근 김광현과의 일문일답을 배포하며 오원석, 김건우 등 젊은 투수들을 '김광현 키즈'라고 했다. 두 사람은 2020~2021년 1차 지명 투수다. 2001~2002년생이다. 김광현처럼 왼손투수다.
김광현이 20대 시절부터 KBO리그를 지배하던 모습을 보고 자란 투수들이다. 공교롭게도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에 몸 담던 시절 데뷔했다. 김광현과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는다. 그들에게 김광현은 연예인 같은 존재일수밖에 없다.
오원석, 김건우 뿐 아니라 지난해 선발과 불펜에서 분전한 최민준과 장지훈도 있다. 강화에서 재활 중인 1995년생 동갑내기 조영우와 이건욱도 있다. 김광현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빼먹고 싶은 젊은 후배들이다. 이들은 SSG 마운드의 미래다.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다리를 놓아줄 투수가 김광현이다. 그만한 경력과 경험, 노하우가 있다. SSG가 김광현에게 FA, 비 FA 통틀어 역대 최고금액 계약을 안겨주며 단순히 마운드에서의 퍼포먼스만 기대하는 건 아니다. 추신수가 그랬던 것처럼, 김광현도 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존재다. 코치와 특급스타가 후배들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력은 성격이 다르다.
김광현은 김광현 키즈를 에이스로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내 성적도 중요하지만, 내가 남기고 간 족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야구를 더 잘할 수 있을지 조언해주고 도와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도 편하게 다가오면 좋겠다. 4년 동안 동고동락 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고 싶다. 내가 나가고 난 뒤에도 내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많은 것을 전수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가정해보자. 김광현이 사흘을 더 기다려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다시 나가고, 계약까지 맺는다면 '김광현 키즈'들과의 만남은 기약 없이 미뤄지는 것이었다. 김광현의 나이가 적지 않은 걸 감안할 때, 김광현 키즈들은 '선배 김광현'을 아예 못 만날 수도 있었다.
비록 김광현은 큰 꿈을 이룰 기회를 놓쳤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SSG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김광현이기에,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SSG이기에 이 기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김광현이 151억원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한다.
[위에서부터 김광현, 오원석, 김건우. 사진 = SSG 랜더스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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