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런 말씀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더 열심히 하겠다."
키움 이정후에게 지난 2월 고흥 스프링캠프에서 "과거 연말 시상식에서 해외진출의 꿈을 드러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정후는 기다렸다는 듯 2023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가 아닌, 메이저리그 도전이라고 분명하게 못박았다.
마치 말할 준비가 돼있었다는 듯 거침 없던 이정후의 표정에서, 끝없는 도전의지가 느껴졌다. 어쨌든 당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발언은 크게 화제를 모았다. 더구나 메이저리그에서 16간 뛴 추신수,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외야수였던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도 이정후에게 힘을 실어줬다.
추신수는 일각에서 제기한 이정후의 파워부족에 의한 메이저리그 생존 경쟁의 불리함에 대해 일축했다. 시간이 지나면 힘이 붙고 경험이 쌓이면 홈런 개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이그도 이정후의 경쟁력이라면 충분히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며 응원했다.
이정후도 이들의 관심과 격려를 느꼈다. 지난주 고척에서 가진 인터뷰서 "추신수 선배님과 푸이그의 관련 기사를 접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좋은 말을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냉정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직 와 닿지 않는다. 아직 올 시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야구에만 집중하고 열중해야 할 시기에 그런 말씀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2017년 데뷔 후 실패 없는 야구인생을 걸어왔다. 6년차 최고연봉자(7억5000만원)이며, 내년에는 최연소 비 FA 10억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후의 재능과 성실함을 감안할 때 기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신수와 푸이그의 격려에도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시범경기와 페넌트레이스 개막 준비에 집중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다. 일단 앞으로 2년간 KBO리그를 다시 폭격해야 가치가 극대화되는 걸 본인이 더욱 잘 알고 있다. 또 이정후는 키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메이저리그로 떠나는 꿈을 꾼다. 우승후보와 거리가 있는 키움이 기적을 일궈내려면 이정후의 분전은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가 되면 추신수 선배님의 말씀처럼 그런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놀랍도록 냉정해서 더욱 무섭다. 이정후는 대외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도 이정후스럽게 연일 날카로운 타구를 생산한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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