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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부끄럽지 않은 후배이자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1일 김태형 감독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015년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다. 7년간 총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네 번의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꾸준하게 전력이 유출됐고, 무려 190만 달러를 안긴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베어스 구단 창단 이후 최다패(82패)와 첫 9위의 수모를 겪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본격 '리툴링'에 착수했다.
지도자들과 선수단 정리를 시작한 두산은 가장 먼저 사령탑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두산은 14일 "제11대 감독으로 이승엽 KBO 총재특보(46)를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 연봉 5억)에 이승엽 감독을 품는데 성공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해 KBO리그 통산 1096경기서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시절에는 치바롯데 마린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 유니폼을 입는 등 8년간 797경기에 출전해 159홈런 439타점 타율 0.257로 활약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시절 정규시즌 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회 수상했다. 일본에서 오랜 뛰었지만, 통산 홈런은 여전히 1위. 국가대표로 활약도 눈부셨다. 이승엽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 1개(2008년), 동메달 1개(200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200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위(2006년) 등의 성과를 거두며 '국민타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이승엽 감독의 사령탑 취임을 그 누구보다 기뻐한 이가 있었다. 바로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두산의 선택을 받은 윤준호(동의대)다. 윤준호는 최근까지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이승엽 감독과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췄다. 이승엽 감독은 윤준호가 프로의 선택을 받자 '내 아들이 취업에 성공한 것처럼 너무 기뻤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이승엽 감독이 두산의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
U-23 세계선수권 대회 대표팀에 발탁돼 대만에 머무르고 있는 윤준호는 14일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았다. 윤준호는 "언론에 계속해서 언급이 되길래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지만, 감독님의 취임 소식을 미리 듣지는 못했다"며 "아침에 최강야구 단톡방에 알림이 굉장히 많이 와 있더라. 감독님께 개인적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윤준호가 경험한 이승엽 감독은 어떤 이미지일까. 그는 "우선 선수에 대한 믿음이 있다. 대스타이기 때문에 다가가기 힘든 부분도 많은데, 굉장히 편하게 해주신다. 그리고 원팀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리더십을 갖추고 계신 분"이라며 "야구적인 면에서는 튀는 것보다는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준호 입장에서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최강야구' 시절의 인연으로 기회를 받는다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준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준호는 "감독님 취임은 무조건적으로 좋은 일이다. 1군 감독님께서 신인 선수를 알고 있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다. 내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때문에 더 부담을 느끼고, 행동도 조심하고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윤준호는 "이승엽 감독님께 부끄럽지 않은 후배이자 제자가 되고 싶고, 최강야구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 베어스 윤준호(왼쪽), 이승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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