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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할매글꼴로 작성한 윤 대통령의 연하장. 칠곡군 제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위 서체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교실에서 글씨를 배우신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새해를 맞아 각계 원로나 주요 인사, 국가유공자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 카드 하단에 적은 글이다. 뒤늦게 한글을 깨친 칠곡군 할머니들의 손 글씨를 컴퓨터 문서용 글씨체로 만든 ‘칠곡할매글꼴’이 대통령 연하장에 등장했다.
2일 칠곡군을 인용한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칠곡할매글꼴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2년 전 검찰총장을 지낼 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칠곡할매글꼴을 사용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칠곡군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의 사연을 듣고 SNS에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손 글씨가 문화유산이 된 것과 한글의 소중함을 함께 기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글씨체가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됐다는 소식을 접한 권안자(79)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칠곡할매글꼴은 2020년에 제작했다. 당시 군은 성인문해교실에서 공부한 할머니들의 글씨 400개 중 5종을 뽑았는데, 이때 선정된 사람이 권안자 할머니와 김영분(77), 이원순(86) 이종희(81) 추유을(89) 할머니다.
이들은 글꼴을 만들기 위해 4개월간 각각 2000장에 이르는 종이에 손수 글씨를 써가며 연습했다. 군은 어르신들이 작성한 종이 1만여장을 모아 글꼴을 만드는 업체에 맡겼고, 그 결과 칠곡할매글꼴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칠곡할매글꼴은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정식 탑재됐다. 경주 황리단길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대형 글판을 내걸었다. 국내 최초의 한글전용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했고, 국립한글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을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담아 유물로 영구 보존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할매글꼴은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이라며 “글꼴은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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