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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돈 달라고 해”… 10억 건넨 사업가 폭로

시간2023-01-21 03:52:48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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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블로그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젊은 애를 말로,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나한테 ‘훈남 오빠’ ‘멋진 오빠’ 하며 돈만 달라고 했다."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정근 씨에게 청탁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사업가 박모 씨가 20일 법정에서 이 씨에게 돈을 건넨 과정을 증언하며 쏟아낸 말이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이날 이 씨의 재판에 박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박 씨는 "지난 2019년 사업 목적으로 이 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 이 씨는 자신을 ‘민주당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며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랑도 언니 동생하는 사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박 씨는 "이 씨가 박 장관에게 인사하려면 돈이 좀 필요하다면서 몇천을 좀 달라고 했다"며 "나중엔 자기 몫도 챙겨 달라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고 했다. 박 씨는 당시 이 씨에게 총 3000만원을 줬다고 했다.

박 씨는 이 씨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이름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박 씨와 이 씨의 문자 대화를 보면 이 씨는 2020년 7월 7일 박 씨에게 "지난번에 부탁드렸던 것 … 2.2"라고 보낸 뒤 노 전 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박 씨는 "(당시에는) 노영민에게 주는 것으로 알았다"며 ‘2.2’는 2억2000만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 씨가 박 씨에게 선거자금을 요구한 구체적 정황도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씨가 "오늘 해달라"고 하자 박 씨는 "정확하게 몇 개가 더 필요하냐"고 물었다. 이 씨가 "5, 5"라고 하고 박 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검사가 ‘5000(만원), 5000(만원) 합쳐서 1억원을 달라는 것이냐’고 묻자 박 씨는 "맞다"고 했다.

이 씨는 2020년 총선 하루 전날인 4월 14일에는 "승리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5개만 보내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이 씨가 총선에서 떨어지면서 틀어졌다. 2020년 10월 박 씨는 이 씨에게 "나를 몰아붙이듯이 돈을 달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금전 요구에 불만을 표했다.

그러자 이 씨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씨가 이런 식으로 총선을 앞둔 2020년 2∼4월 박 씨에게서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2019년 12월∼2022년 1월 각종 청탁 명목으로 수십 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복되는 액수를 감안하면 이 씨가 박 씨에게서 받은 돈은 총 10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이 씨 측은 앞서 박 씨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명품 가방을 포함해 4000만∼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대부분의 돈은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이 씨의 변호인은 "증인이 피고인의 선거비용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지원받은 것뿐이고, 선거 자금은 전부 계좌로 받았다"며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도 박 씨에게 "진실을 좀 얘기하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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