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페넌트레이스 5연패,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차지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주름잡은 해태 전성기를 제외하면, 이렇게 오랫동안 정상을 지킨 팀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당시 삼성멤버들은 국가대표급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국대 전력에 화룡점정을 찍은 선수가 이승엽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2011년에 오릭스 버팔로스를 끝으로 일본프로야구에서의 8년 생활을 접고 친정 삼성에 컴백했다.
2011년 통합우승 이후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삼성에 딱 맞는 카드였다.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 이승엽 감독은 이미 삼성이 구축한 든든한 울타리에 철골까지 대는 시너지를 냈다. 2013시즌에 부진하긴 했지만, 2012시즌, 2014시즌, 2015시즌에 맹활약하며 ‘왕조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의 통합 4연패에 이 감독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삼성왕조는 2015시즌 막판을 강타한 원정도박 스캔들을 기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FA, 트레이드, 노쇠화 혹은 은퇴 등으로 하나, 둘 팀을 떠났다. 이승엽 감독도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며 야구계를 떠났다.
이 감독이 6년만에 현장에 돌아왔다. 삼성이 아닌, 전혀 인연이 없던 두산에, 심지어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돌아왔다. 리빌딩이 필요한 두산의 지휘봉을 잡고 야구인생의 2막을 열었다. 두산은 당장 성적보다 리빌딩이 우선이다. 그러나 성적을 배제할 수 있는 팀은 없다. 수뇌부가 양의지까지 4+2년 152억원을 들여 영입한만큼, 두산도 최소 5강을 바라보고 뛰어야 한다. 호주 스프링캠프에 선수만 무려 46명을 데려가며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도모한다.
이렇게 되면서 이 감독과 흩어진 삼성왕조 멤버들이 시즌 내내 피 튀기는 전쟁을 펼칠 전망이다. 2015년 한국시리즈 엔트리 기준, 삼성에 남아있는 선수는 외야수 구자욱과 투수 백정현이 유일하다. 2014년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기준으로 삼으면 외야수 김헌곤이 추가된다. 2013년까지 통합 3연패를 함께한 주요 멤버들 중에선 마무리 오승환이 있다.
▲삼성 2015년 한국시리즈 엔트리
투수(12명) : 알프레도 피가로, 타일러 클로이드, 장원삼, 차우찬, 심창민, 정인욱, 권오준, 신용운, 박근홍, 김기태, 조현근, 백정현
포수(2명) : 이지영, 이흥련
내야수(8명) : 이승엽, 채태인, 야마이코 나바로, 구자욱, 박석민, 김상수, 김재현, 백상원
외야수(6명) : 박한이, 최형우, 박해민, 배영섭, 박찬도, 최선호
2015년 한국시리즈 엔트리 기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는 차우찬(롯데), 심창민, 박석민(이상 NC), 이지영(키움), 이흥련, 김재현(이상 SSG), 구자욱(삼성), 김상수(KT), 최형우(KIA), 박해민(LG)이다. 박한이, 배영섭, 박찬도는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코칭스태프 소속이다.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올 시즌을 롯데와 홈 2연전으로 시작한다. 차우찬이 올 시즌 롯데 주요 멤버는 아니지만, 이 감독을 직접적으로 겨냥할 수 있다. 박석민, 이지영, 구자욱, 김상수, 최형우, 박해민은 올 시즌 각 소속팀의 주전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특히 박석민은 지난 1~2년간 각종 악재를 딛고 부활을 노리는 시즌이며, 최형우는 이 감독의 통산 2루타와 통산 타점을 정조준한 상태다. 김상수는 팀을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만큼 잘하겠다는 목표의식이 확고하다.
이 감독으로선 시즌 내내 삼성왕조 후배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또 물리쳐야 두산을 살릴 수 있는 운명이다. 삼성왕조 후배들 역시 이 감독의 두산을 넘어야 자신의 소속팀도 살리고 자신도 산다. 선, 후배에서 적으로 만날 삼성왕조 기둥과 후배들의 흥미로운 맞대결이 곧 시작된다. 7개월짜리 총성 없는 전쟁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의 삼성 왕조 시절(위, 가운데), 이승엽 감독의 현재 모습(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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