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수원 삼성 유스 출신 ‘매탄소년단’은 무럭무럭 성장하는 반면 팀은 옛 명성을 잇지 못하고 있다.
수원은 지난 2008년에 매탄고등학교와 U-18 유스팀 협약을 맺어 새로운 유스 시스템의 골조를 다졌다. 본격적으로 유스 선수 육성에 힘을 쏟기 시작한 건 서정원 감독이 부임한 2013년부터다. 권창훈을 시작으로 김건희·유주안·전진우(개명 전 전세진)·김태환·오현규·강현묵·정상빈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 중 3명이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첫 번째 주자는 1994년생 미드필더 권창훈이다. 권창훈은 2016시즌을 마치고 프랑스 디종으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150만 유로(약 20억원). 당시 중국과 중동 등 아시아 부호 구단들이 거액의 러브콜을 보냈으나, 수원은 선수의 유럽 진출 의지를 돕고자 디종과 거래했다.
두 번째는 정상빈이다. 2002년생 공격수 정상빈은 2021시즌에 K리그 28경기 출전해 6골 2도움을 올렸다. 그해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발탁돼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신고했다.
정상빈은 2022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튼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곧바로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유럽연합(EU) 국적이 아닌 선수는 영국 내에서 취업비자 발급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상빈은 스위스 슈퍼리그의 그라스호퍼로 임대 이적해 현재 스위스 무대에서 뛰고 있다.
세 번째는 오현규다. 오현규는 지난 25일 스코틀랜드 명문팀 셀틱으로 이적했다. 계약 기간은 5년, 등번호는 19번이며, 이적료는 40억원 수준, 연봉은 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앙제 포스테글루 셀틱 감독은 “오현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유형의 공격수다. 셀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수원이 10년 이상 집중해서 키워온 매탄고는 한국 축구 유스 맛집으로 극찬받는다. ‘어우매(어차피 우승은 매탄고)’라는 슬로건도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놀라운 성과다.
유스가 강하면 1군도 강한 것이 일반적인 현상. 그렇다면 수원은 K리그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을까. 냉정히 말해 수원은 2000년대 의기양양했던 ‘레알 수원’ 색깔을 잃은 지 오래다.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도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수원의 최근 5시즌 K리그1 평균 순위는 7.6위에 그쳤다. 12개 팀 가운데 평균 아래에 있을 때가 더 많았다. 특히 2022시즌에는 강등 위기에 직면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FC 안양과 연장 혈투를 펼친 끝에 오현규의 120분 극장골에 힘입어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했다. 수원의 시즌 마무리는 ‘휴~ 죽다 살았네’였다. 15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그림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수원이 수년째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지만 “놀랍다”는 지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K리그 현장에서 20년 이상 근무 중인 관계자는 “이제는 수원이 하위스플릿(파이널 B)으로 떨어져도 사람들이 충격을 받지 않는다. 그만큼 수원의 부진에 익숙해졌다”면서 “유스팀 성과는 박수받아야 하지만 프로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수원의 2023시즌 K리그 개막전 상대는 승격팀 광주 FC다. 개막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현재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수원은 승격팀 상대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매탄고 출신 유럽파 3호 오현규는 “수원 형들이 개막전을 잘 준비하고 있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한 채 셀틱으로 떠났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수원 삼성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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