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화 베테랑 좌완투수 정우람(38)은 올해 KBO리그 최초 1000경기 등판에 도전한다. 2022시즌까지 952경기였고, 이미 투수 최다등판 독보적 1위다. 현역 1위가 769경기의 진해수(LG)이고, 통산 2위는 이미 은퇴한 류택현(전 LG, 901경기)이다.
작년에는 어깨가 조금 좋지 않았다. 때문에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아프지 않으면 48경기 등판은 문제없을 듯하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4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했다. SK시절에도, 한화 이적 후에도 3연전 중 최소 1경기는 등판했다는 의미다.
정우람에게 1000경기는, 아직 와 닿지 않는다. “해봐야 알죠. 기록 의식은 안 하고 달려왔는데, 그래도 이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올해 무조건 해야죠. 그건 해야 한다. 주장 역할이 우선이지만, 끝까지 잘 달리면서 (1000경기 등판)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우람이 한화를 넘어 KBO리그에서 왜 인정받는 베테랑이냐면, 그럼에도 자신을 철저히 내려놓고 팀을 생각하는 마인드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주장 하주석이 음주운전 징계로 시즌의 절반을 빠지면서, 38세의 나이에 주장을 맡았다. 채은성에게 야수 조장을, 이태양에게 투수 조장을 맡겼다.
정우람은 “시범경기에 들어가면 주장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장으로서 도약해야 하는 한 해다. 1000경기 생각을 잠시 안 하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1년을 달리다 보면 (1000경기 등판)선물로 받지 않을까. 사실 팀 성적이 안 좋기 때문에 내 1000경기 기록을 내세울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우람의 꿈도 다른 한화 사람들과 똑같다. 한화의 도약과 암흑기 탈출이다. 그래서 자신의 1000경기는 물론, 보직과 역할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한화를 위해 끝까지 힘을 짜내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시즌 마무리에서 내려왔지만, 당연히 의식하지 않는다.
정우람은 “마무리를 오랫동안 하긴 했다. 그런데 마무리를 놓은 건 하나도 섭섭하지 않다. 그동안 500경기 정도 불펜, 400경기 정도 마무리를 했다. 언제든 실력이 안 되면 마무리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줘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내 보직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심지어 “우리 팀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마무리가 나와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 마무리투수보다 중간계투가 컨디션 관리가 더욱 힘들다. 마무리는 등판 상황이 정해져 있지만, 7~8회 셋업맨은 지고 있을 때도 나가야 할 수도 있다. 항상 스파이크 끈을 조여야 하고, 몸도 빨리 푸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물론 정우람은 통달한 부분들이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정우람은 “어려움은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을 표현하고 이유를 대면 야구 그만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다 이겨내고 싸워내면서 여기까지 왔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그렇다면 용납이 안 된다”라고 했다.
물론 코칭스태프의 배려를 받기는 한다. 그러나 정우람은 “배려를 받지만, 기존 젊은 선수들과 달리 혜택을 누리려고 한다면 내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한다. 몸이 좀 안 좋으면 쉬는 등 의견을 조율할 수는 있다”라고 했다. 역시 952경기까지 그냥 달려온 게 아니다. 기록과 보직보다 팀 퍼스트 마인드지만, 정우람 정도의 투수라면 1000경기에 등판하는 날만큼은 감격에 젖어도 될 듯하다.
[정우람. 사진 = 메사(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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