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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에 앞서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대법원이 형사소송 규칙 개정을 추진하자 법무부와 검찰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7일 전해졌다.
범죄 혐의자가 수사 상황을 파악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형사소송 규칙 일부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 예고했다. 형사소송 규칙은 형사소송법 하위 법령으로 대법원이 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 기일을 정해 압수 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58조의2 1항)’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검사는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58조의2 2항)’는 조항도 추가됐다.
해당 개정안은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가 2021년 10월 16차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법원행정처에서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당시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수사 기밀 유출 등을 염려하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개정안에 대한 관계 기관 등의 의견을 다음 달 14일까지 받기로 했다.
이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모두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대법원 측에서 공식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는 범죄 혐의자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진행돼야 하는데 압수·수색 영장 심사 단계에서 법원이 피의자를 심문한다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도입될 때도 형사소송법 개정을 거쳐 법률에 근거를 만들었는데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를 형사소송법의 하위 법령인 형사소송 규칙 개정만으로 신설하려는 것은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면서 “법무부와 조율 없이 대법원이 개정안을 추진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내 편’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발부 전 심문을 할 우려도 있다”면서 “피의자가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지능적 수법으로 수사를 회피하거나 재판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형사소송 규칙 일부 개정안은 구속 영장이 청구됐을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영장 실질 심사와는 다르다”며 “판사가 사건이 복잡하고, 특정 장소나 물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경우에 한해 선택적, 예외적으로 압수 수색 관련 심문 절차를 밟게 하자는 취지이며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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