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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대법원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대법원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압수수색영장을 내주기 전 판사가 ‘대면 심문’을 통해 압수수색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따질 수 있도록 하는 규칙 개정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쌍방울 사건 등에서 벌어졌던 증거인멸이 이젠 공공연하게 벌어지도록 문을 열어주는 셈”이라며 “비리 권력자들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지금까지 압수수색영장은 ‘서면 심리’로 발부 여부가 결정됐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 내용과 추가 수사의 필요성 등을 써내면 판사는 영장 청구서와 수사기록을 읽어본 뒤 영장을 발부할지 기각할지를 판단했다.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없어지기 전 빨리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대법원은 “대면 심리가 가능하게 되면 압수수색의 실체적 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그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법관에게 수사의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할 기회가 주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헌법 제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므로, 형사 절차는 반드시 법률로 정할 필요가 있는데 ‘대법원 규칙’으로 압수수색영장 심문권을 법원에 부여한 건 헌법상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사의 필요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심문기일에 참석한 사건 관계자가 수사기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미리 알고 영장 발부 시각보다 앞서 증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나 동거 가족이 저지른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검찰청은 “수사 기밀 유출과 증거 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고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어서 수사 밀행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사가 편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그 자체로 형평성에 반한다”며 “변호인이 선임되어 첨예하게 다툴 수 있는 사건, 권력자와 가진 자의 부패사건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 위원은 “결국 서민이나 소시민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영장은 쉽게 발부되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압수수색 사건만 심문기일까지 잡아 혜택을 주는 제대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수사를 받는 권력자들 이익을 지키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법원은 수년에 걸쳐 압수수색 절차 개선 방안이 논의돼왔고, 유사한 제도는 이미 미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도는 대법원이 추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테러 사건 등 현존하고 명백한 위험이 있어 신속한 영장 발부가 필요한 사건에 한해 수사기관인 FBI와 연방검사가 테러전담판사 앞에서 진술할 뿐, 피의자 혹은 피의자 측 변호인은 참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는 압수수색을 받는 피의자의 의견 진술권 등 참여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실익이 없다는 반박이 나왔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사실이 부족하면 영장을 기각하면 되는데, 굳이 피의자를 부르면 수사 기밀이 노출될 가능성만 커진다”고 했다.
대법원은 “대면 심리 대상은 통상 영장을 신청할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승 위원은 “제보자는 내부고발자일 가능성이 크다”며 “내부고발자를 법원에서 부르는 경우 오히려 신분 노출 가능성이 있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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