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K리그에서 신선한 ‘디스전’이 펼쳐졌다.
윤빛가람(32·수원FC)은 지난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이전 임대와 군 전역 후 입단을 포함해 4번째 제주 이적이었다. 윤빛가람은 최영준, 이창민(이상 제주)과 함께 리그 최고의 중원을 구축할 것이라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 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남기일 제주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전해졌다.
여름에는 당시 성남의 뮬리치(수원 삼성), 박수일(FC서울)과 트레이드되는 듯했으나 윤빛가람이 거절하며 무산됐다. 결국 윤빛가람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기혁과 트레이드로 수원FC로 이적했다. 제주에서의 기록은 16경기 출전 3골 2도움에 불과했다.
남기일 감독은 최근 윤빛가람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남 감독은 지난 7일 제주에서 진행된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에서 “지난 시즌에 윤빛가람과 소통을 많이 하지 못했다. 감독을 하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 경기에 출전시키지 못해 미안했다. 윤빛가람이 빠진 자리는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남 감독의 인터뷰를 본 윤빛가람은 다음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윤빛가람은 “훈련을 안 하고 클럽하우스를 뛰쳐나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훈련을 시켜주지 않아서 할 수 없었다.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그때는 왜 그러지 못하셨을까 하는 마음이다. 나 또한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난 시즌은 너무 힘들었다”며 작심발언을 했다.
K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설전이다. 전 감독은 미안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공백도 문제없다는 의견을 전했고 선수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했다. 더욱이 시즌 전 진행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경전이 펼쳐지며 화제가 됐다.
남 감독과 윤빛가람의 ‘K-디스전’이 반가운 이유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가 더비’는 올 시즌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 뛰었던 아마노 준이 전북으로 이적했고 울산의 홍명보 감독은 “내가 본 최악의 일본인 선수”라고 아마노를 비난했다. 이에 아마노는 계약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홍 감독과 아마노의 불편한 관계는 스토브 리그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이제는 바통을 남 감독과 윤빛가람이 이어받았다. 이번 인터뷰로 올 시즌 제주와 수원FC의 대결은 ‘윤빛가람 더비’가 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두 팀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전 맞대결을 갖는다. 첫 경기부터 리그가 뜨거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K리그 관계자는 “적절하게 선을 지키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런 신경전은 또 다른 재미요소가 될 수 있다. K리그에는 여전히 많은 스토리가 필요하다. 해외 리그에서는 감독과 선수 또는 감독과 감독, 선수와 선수의 설전이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K리그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스토리를 위해서 무조건 ‘디스’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때로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인터뷰가 또 다른 재미를 자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벌써부터 ‘윤빛가람 더비’가 기다려진다.
[윤빛가람·남기일·아마노 준.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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