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난 1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 ‘절친’ 홍원기 감독을 보기 위해 방문한 박찬호가 키움 투수들에게 기술적, 정신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 선수는 우완 장재영.
장재영에게만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투구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준 뒤 대화하기도 했고, 직접 자세를 시범을 보이며 설명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설명에 장재영이 지칠 법도 했지만,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홍원기 감독도 추위를 잊은 절친의 열정을 끝까지 지켜봤다.
장재영에 따르면 이날 불펜에서 약 100개 내외의 공을 평상시의 50% 강도로 던졌다. 때문에 피로도나 부상 위험 등에선 안전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렇다면 박찬호의 강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쉽게 얘기하면 구속보다 커맨드인데, 장재영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박찬호는 이 시기에 어차피 100% 강도의 공을 던질 필요도 없고, 커맨드 되는 공을 던지라고 주문했다. 소위 말하는 날리는 공이 10%라면, 점차 그 비율을 낮추는데 집중하면서, 100%로 강도로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150km 넘는 공을 구사하는 장재영으로선 아무래도 와인드업보다 세트포지션일 때 투구폼이 작고, 제구가 잘 되는 편이다. 박찬호도 이 부분을 간파, 와인드업을 할 때 세트포지션에서의 장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찬호는 장재영에게 “확실히 세트로 던지니 편안하게 보인다. 와인드업에는 세게 던지려고 하니 머리가 미리 움직인다. 머리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머리가 고정돼야 시선이 안 흔들린다. 스피드가 크게 안 떨어진다면, 커맨드에 맞는 폼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장재영은 박찬호의 조언을 수용하기로 했다. 와인드업 자세에서 세트포지션의 장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장재영의 마인드를 바꾸는 말도 해줬다. 박찬호는 장재영에게 “사람이 많은 구장에서 떨리는 것, 홈런타자가 나올 때 긴장되는 건 그럴 수 있다. 떨리는 것을 숨기는 것보다 파이팅 있게 쉼 호흡도 내뱉고 마운드에서 빠졌다가 들어가고 그러는 게 X팔리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장재영은 거꾸로 알고 있었다. “그런 게 X팔린다고 생각했다. 자신 있게 붙어야지. 그런 마음을 못 갖는데 겉으로만 자신 있게 붙으면 나도 속이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떨리는 마음을 숨기려고 하는 것보다 루틴을 천천히 이어가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흔히 투수가 마운드에서 무표정으로 흔들림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투수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는 게 박찬호의 생각이다. 그럴 때 자신을 속이지 말고 긴장을 푸는 루틴을 실시해서 실제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떨리는데 안 떨리는 척하다 얻어맞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뜻이다.
장재영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스코츠데일의 쌀쌀함을 극복하고도 남는 박찬호의 열정이, 장재영에게 진심으로 와 닿았다. 두 사람은 포옹으로 의미 있는 1시간을 마무리했다. 당연히, 장재영의 귀에서 피는 나지 않았다.
[박찬호와 장재영. 사진 = 스코츠데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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