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06년 초대 WBC는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경사스러운 무대로 기억된다. 4강의 기적을 쓰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의 ‘국민 우익수 등극’, 이승엽 두산 감독의 극적인 홈런 퍼레이드, 박진만 삼성 감독의 물 셀 틈 없는 수비까지.
그러나 4강의 기적을 위한 희생도 있었다. 김동주의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에 따른 부상. 김동주는 대만과의 1라운드 맞대결서 땅볼을 치고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들어가다 어깨뼈가 골절됐다. 그 여파로 2006시즌 43경기서 타율 0.250 4홈런 16타점 19득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당시에는 국제대회 출전 시 FA 일수 보전도 없었다. 김동주는 당시 FA가 되지 못했다.
김동주는 훗날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그때 처음 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의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없던 피도 끓어오르는 법이다. 한국의 최대강점이 뭉치는 힘이다. 김동주의 부상 이후 케미스트리를 더욱 강화, 4강행의 초석을 다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2006년 대회 4강 멤버 KIA 김종국 감독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KIA 스프링캠프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천하의 김동주가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했다. 그만큼 업됐다. 오버페이스를 하다 보면 부상의 위험이 생긴다”라고 했다.
김종국 감독도 당시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2루수로서 WBC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대표팀은 확실히 소속팀과 또 다른 미묘한 느낌, 감정이 생긴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피는 이해가 되지만,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대표팀, 소속팀, 개개인 모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김종국 감독은 “우리 팀에선 이번 WBC에 (양)현종이, (나)성범이, (이)의리가 나간다. 막중한 책임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야 KBO리그 발전을 위한 분위기도 만들어진다. 잘 하고, 부상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선수는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면 냉철하게 판단해서 경기를 이끌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이 15일부터 합숙에 들어갔다. 16일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마이애미행이다. 2009년 대회 후 14년만에 준결승에 올라가겠다는 각오다. 당연히 부상이 핵심 변수다.
대표팀에 선수 및 코치로도 출전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은 “전 선수가 부상 없이 잘하고 돌아오면 좋겠다. 마이애미까지 가면 좋겠다. 잘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팀 경기는 정말 모른다. 한순간의 실수로 승부가 바뀐다. 도쿄올림픽만 해도 한 순간의 실수로 동점을 만들 수 있었는데 스코어가 벌어지지 않았나. 서로 부담스러운 대결이다. 그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라고 했다.
[김동주의 2006 WBC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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