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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아파트 17층에서 돈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80대 지인을 창밖으로 떠밀어 살해한 6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남성은 범행 4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7)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0월 12일 오전 8시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17층 거실에서 지인 B씨(81)를 발코니 창문 밖으로 밀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신의 집에서 추락한 B씨는 30시간이 지나서야 아파트 담벼락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내가 준 돈을 돌려 달라”는 B씨의 말에 화가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사건 발생 5년 전인 2014년 가족이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뇌성마비로 중증 장애를 앓던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A씨 아내와도 친분을 쌓은 B씨는 2016년 아내가 사망한 뒤 자신의 집에 찾아와 식사를 챙겨주던 그에게 토지 소유권을 넘겨줬다. 이듬해에는 A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 옆집으로 이사까지 하며 가깝게 지냈다.
B씨는 재산을 A씨 아내에게 넘겨준 뒤 A씨 동생까지 자신의 집에서 직접 돌보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A씨 아내는 B씨 신용카드로 골프의류와 가구 등 고가 물건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정작 B씨는 A씨 부부에게 생활비를 부탁하거나 요양보호사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심리 기간이 길어졌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A씨는 사건 발생 1년6개월 만에 검찰이 살인 혐의로 자신을 기소하자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7시31분쯤 B씨 집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고 40분 뒤 다시 갔더니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A씨 아내도 남편을 두둔했다. A씨 아내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추락하는 모습을 못 봤다”고 진술했다. 이후 “남편이 밀어 떨어뜨리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을 바꿨지만 법정에서는 다시 처음 주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아내의 진술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많은 나이에도 매일 걷기운동을 하고 건강보조식품까지 챙겨 먹은 B씨가 평소 쓴 기록에도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없었다며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배제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계속 바뀌긴 했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어 떨어뜨리는 상황을 봤다’는 A씨 아내의 진술은 확고하게 믿을 만하다”며 “대화가 싸움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구체적인 몸싸움 내용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감정의는 피해자의 목에서 확인된 피하출혈과 관련해 ‘추락으로 발생했다기보다는 손으로 눌러 생겼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는 A씨 아내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병원 문제와 돈 문제 등으로 피해자와 다투던 중 아파트 17층 발코니 밖으로 밀어뜨려 살해했다”며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결과도 참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을 피고인 부부에게 증여했고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동생도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점을 고려하면 반사회성이 큰 범행”이라며 “피고인이 유족의 용서를 받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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