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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최근 발생한 전국적인 중고 사기 과정엔 피해자들의 돈을 입금받은 계좌의 명의자들이 있다. 사기 피해자들은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 중 한 명이 Y씨(20)였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Y씨는 18일 “‘고액 알바’라고 해서 갔다가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모텔에 3일간 감금돼있었다”며 “사기 일당이 시키는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인출해서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감금, 협박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사건 ‘관할’ 등을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Y씨는 지난 6일 새벽, 페이스북에서 ‘고액 알바’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고 한다. Y씨는 “택시비를 줄 테니 서울 영등포 ○○모텔로 오라고 해서 갔다. 도착하니 택시비를 결제해주고는 모텔로 따라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방 안에 들어간 일당은 태도가 급변했다고 한다. 일당은 Y씨에게 휴대전화와 통장 비밀번호를 요구하면서 “이 계좌에 돈이 들어올 텐데 허튼짓을 하면 계좌를 다 묶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Y씨는 “도망가기에는 무섭고 일당도 3명이라 어쩔 수 없이 알려줬다”고 털어놓았다.
Y씨는 일당이 시키는 대로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은행에서 찾아서 갖다 줬다.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된 중고거래 피해 금액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Y씨의 계좌를 거쳐 간 돈만 최소 1억원 규모에 달했다.
Y씨는 일당과 모텔에서 함께 지내야 했다. 간혹 은행으로부터 확인 전화가 오는 경우 Y씨가 직접 응답해야 했기 때문이다.
Y씨는 일당으로부터 “집 주소도 다 알고 있으니, 허튼짓하면 집 주소로 ‘배달 테러’를 보내겠다. 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넣고 신고해서 계좌를 다 묶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배달 테러’는 피해자의 집 주소로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을 ‘현장 결제’ 방식으로 잔뜩 주문하는 수법으로, 중고사기 일당이 피해자를 괴롭힐 때 쓰는 방법이다.
Y씨는 지난 8일 일당이 시킨 심부름을 하던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갖고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6일부터 시작된 중고 사기 피해 신고가 이어지면서 은행에서 Y씨의 계좌가 막힌 상태여서 일당도 더는 Y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지 않고 돌려준 상태였다.
일당은 모두 3명으로, 자신들을 ‘알바’라고 소개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고, 지역도 옮겨 다닌다고 했다. 일당이 직접 중고거래를 하는 모습을 Y씨는 보지 못했다. 대신 텔레그램을 통해 ‘상선’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고 한다.
일당은 Y씨가 뽑아준 돈을 또다시 어딘가로 송금했다. 또 중고 사기 행각은 ‘상선’이 직접 하고, 일당은 Y씨에게 입금된 돈만 인출하는 중간 인출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뒤늦게 중고사기에 이용당한 것을 알게 된 Y씨는 자신의 계좌에 남아있던 돈으로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환불 조치를 해줬다. 하지만 아직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 일부 피해자들은 Y씨 역시 돈을 노리고 일당에 협조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Y씨는 지난 8일 경기 파주경찰서를 찾아가 해당 내용을 알렸지만, ‘감금·협박’ 부분은 사건이 발생한 지역인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다음날인 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이번에는 ‘파주서로 사건이 이관됐다’ ‘누군지 특정하지 못하면 수사하기가 어렵다’는 답변만 받고 돌아왔다고 한다.
현재 Y씨가 주장하고 있는 감금·협박 부분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Y씨는 “같이 갔던 PC방 CCTV 화면을 확인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가도 제대로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SNS에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고액 알바’ ‘간단 알바’로 현혹하는 모집 광고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나 중고사기 계좌 명의자 등 범죄에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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