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최근 키움 스프링캠프지를 찾아 이렇게 얘기했다. 안우진(키움)의 WBC 대표팀 미발탁에 대한 대중의 시선,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KBO 기술위원회,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헤아렸다. 자연스럽게 추신수(SSG)의 안우진 옹호 발언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기도 했다.
여기서 확실하게 짚어야 할 건, 그렇다고 박찬호가 ‘투수 안우진’ 자체를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박찬호가 키움 캠프지를 방문했을 때, 강속구 기대주 장재영의 원 포인트 레슨에만 무려 1시간을 넘게 할애한 게 큰 화제가 됐다. 알고 보면 그날 박찬호는 안우진을 비롯한 불펜 투구를 하던 키움 투수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당시 박찬호는 안우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불펜 투구를 하던 안우진의 뒤로 이동해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기도 했다. 장재영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영상을 찍은 뒤 직접 보여주며 문제점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안우진에겐 별 다른 긴 설명을 하지 않았다. KBO리그 최고투수로 떠오른 안우진에게, 굳이 박찬호가 조언할 게 있을까. 안우진은 150km대 후반의 패스트볼을 뿌리면서도 커맨드까지 잡았다. 안우진은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모두 자신이 원하는 곳에 넣으며 힘으로 압도하거나 범타를 유도할 수 있는 에이스다.
알고 보면 박찬호도 안우진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LA 다저스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를 개척할 때, 강속구 투수지만, 커맨드에는 다소 기복이 있었다. 전성기에도 정교한 맛보다 강력한 구위로 윽박지르는 느낌이었다. 당시에도 패스트볼 구속이 최정상급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인 구위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어쩌면 안우진은 박찬호 이상으로 크게 될 가능성도 있는 투수다. 단지 과거 이력 탓에 FA 자격획득 시기를 앞당기기 어렵고, 군 복무도 해야 한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데 한계는 있다. 그러나 이정후를 체크하기 위해 키움 스프링캠프에 나타났던 스카우터들이 안우진을 모를 리는 없다.
WBC 대표팀은 소집됐다. 안우진은 조용히 키움 캠프에서 2023시즌을 준비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올 시즌에도 작년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 그는 캠프지에서 “원하는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게 올 시즌 목표”라고 했다.
키움의 올 시즌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안우진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키움으로선, 3월 초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WBC에 안우진이 차출되지 않은 게 오히려 이득이다. 더구나 안우진은 박찬호의 격려라는,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았다.
[박찬호와 안우진. 사진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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