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은퇴 결심' 뒤집을 수 있을까, '세계적 명장' 영입으로 여론 뒤집은 흥국생명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주 배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은퇴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연경이지만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을 한 듯했다.

과거 흥국생명은 월드클래스의 기량을 갖춘 김연경의 해외 진출을 막았고 소송 끝에 국제배구연맹(FIVB)의 유권해석까지 받으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많은 배구팬들은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순찬 전 감독 경질 사태로 인해 그녀가 실망해 은퇴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권순찬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구단 윗선에서 선수 기용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팬들은 트럭시위를 하며 구단에 강력히 항의했다.

김연경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프로팀에서 이런 일이 있나 싶은데 이렇게 생긴다"라며 작심 발언을 했다. 그리고 "정말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 다음 감독님이 온다 해도 신뢰할 수 없다. 결국 회사에서는 회사의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원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라며 구단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감독 경질 사태 이후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53)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김연경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녀는 "시즌 중 세계적인 지도자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은데 프런트에서 순조롭게 마무리해 감사하다"라며 구단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2013~14시즌부터 4년간 페네르바체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은 2차례 리그 우승을 함께했고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 등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4~25시즌까지다. 두 사람이 제대로 함께 하려면 김연경이 은퇴하지 않고 FA 계약으로 팀에 잔류해야 한다. "다음 감독님이 온다 해도 신뢰할 수 없다"라고 했던 김연경도 아본단자 감독과의 동행을 환영했다.

지난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코트로 내려가 김연경과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통역 없이도 대화가 가능한 두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웃음꽃을 피웠다.

경기 후 김연경은 "아본단자 감독님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원하셨다. 감독님이 V리그에 잘 적응하도록 내가 중간에서 좋은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아직 은퇴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결정하면 팬들께 말씀드리겠다. 새 감독님과 잘해보겠다"라고도 말했다.

은퇴를 결심했던 김연경이 4년 만에 다시 만난 아본단자 감독과 좀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배구팬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한편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은 오는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홈 팬들을 만난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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