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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몰래 대화를 녹음한 뒤 이를 이혼소송 증거로 제출한 남편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22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이종채)는 지난 2일 명예훼손,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자격정지 1년 명령도 함께 내렸다.
A 씨는 지난 2020년 10월 서울 광진구 소재 자택에 외장 하드디스크 형태의 녹음기를 설치해 3차례에 걸쳐 배우자 B 씨의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청취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B 씨가 불륜을 저지른다고 의심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지난 2020년 11월 아내 직장 동료에게 ‘B 씨와 전 남편 사이에 딸이 있었는데 이를 숨기고 나와 결혼했다’는 취지로 말하고, 같은 해 12월 또 다른 아내의 동료들에게 불륜 의혹을 제기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추가됐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녹음기는 외장형 하드디스크 기능을 겸하는 것인데 외장형 하드디스크 기능을 사용하거나 이를 충전하고자 방에 두었을 뿐"이라며 "녹음기는 일정 데시벨 이상의 소리가 들리는 경우 녹음되는 기능이 있다.
우연히 이 기능이 켜져 있어 B 씨의 대화 내용이 녹음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아내의 동료들이 불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숨겼던 것이 아닌지 의심해 확인하고 물어보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녹음 기능이 작동되기 위해선 측면에 매몰된 작은 원형 형태의 버튼을 ‘켜짐(on)’ 방향으로 옮겨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힘을 줘야 하기에 우연히 켜질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해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내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등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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