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천재타자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 이들은 올 시즌 타격 매커니즘에 대대적으로 손을 댔다. 이유는 같다. 야구를 더 잘 하기 위해서다. 이정후는 1년 뒤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고, 강백호도 지난 1년간의 부진을 딛고 명예회복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방향성은 좀 다르다. 이정후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등의 영향을 받아 160km 패스트볼에 대처하기 위해 변화를 줬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이정후와 강병식 타격코치의 설명에 따르면, 타격 준비동작에서 팔의 위치가 귀에서 가슴 부근으로 내려갔다. 공까지 가는 시간을 최소화해 더 빠른 공에 타격 타이밍이 늦지 않기 위한 조치다. 김하성도 비슷하게 변화해 성공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반면 강백호는 보통의 타자들과 좀 다른 선택을 했다. 역시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강백호에 따르면, 히팅포인트를 공 반개 정도 뒤로 당기기로 했다. 현대야구에서 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타에 욕심을 낸다. 히팅포인트를 더 앞에서 형성해야 변화구에 속지 않고 장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강백호는 타고난 유연성과 운동능력을 믿고 히팅포인트를 뒤로 당겨 정확성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육안으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캠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본인의 설명도 있었다. 히팅포인트가 많이 앞으로 나갔고, 그 바람에 유인구에 너무 많이 속아 생산력이 떨어졌다는 게 강백호와 KT 데이터팀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정후는 아직 바뀐 폼에 완전히 적응을 하지 못했는지 시원한 타구가 안 나온다. NC, KIA와의 두 차례 연습경기에 모두 1번 중견수로 나갔으나 5타수 1안타였다. 1안타는 외야로 뻗은 안타가 아닌 내야안타였다.
그러나 강백호는 NC와의 첫 연습경기서 결승 홈런을 포함해 맹타를 휘두르며 새로운 타격 매커닉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의 좋았을 때로 돌아간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적응이 쉬울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이정후도 강백호도 아직 많은 산을 넘어야 하고, 충분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정후는 우선 키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작년 5관왕을 넘어 더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강백호도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다가올 WBC서 의기투합해 한국의 좋은 성적을 이끌어야 하는 공통의 책임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최후의 승부수다. 이정후도 강백호도 물러날 곳이 없다. 이정후는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다. 강백호는 올 시즌도 부진하면 이름값, 네임밸류 자체가 더욱 깎일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정후(위), 강백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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