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지난 26일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 풍선'이 20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빨간 풍선'은 상대적 박탈감, 그 배 아픈 욕망의 목마름, 그 목마름을 달래려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아슬아슬하고 뜨끈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서지혜는 20년지기 절친 한바다(홍수현)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숨겨둔 욕망을 표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는 조은강으로 분했다. 서지혜는 요동치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마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서지혜는 "잘 끝냈다는 것에 만족한다. 5개월동안 촬영을 했는데, 짧은 시간에 20부작을 해서 촉박한 느낌이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기도 하고 정신없이 촬영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시원한 것도 있고, 한편으론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더 완벽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만족하게 잘 끝낸 거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시청률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었다"는 서지혜는 "이 정도만 해도 만족스럽다. 요즘에는 10% 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처음에 6~7%정도 나와도 많이 나왔겠다 생각했는데, 10%가 솔직히 큰 수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6회까지는 잘 몰랐다가 공개된 카페나 동네에서 촬영하다 보면 지나가는 아주머님들이 '빨간 풍선'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해주시고 구경도 많이 오시고 해서 그때 인기가 많구나를 느꼈다"고 말했다.
서지혜는 대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인물관계만 알고 작품을 선택했다고. "매번 대본 받는 재미가 있었다. 어떤 내용이 나올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 분들도 다음 섹션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해 했다. 그래서 불륜이 이렇게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 못했다. 그런 것들이 재밌기도 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힘든 것도 있었다. 이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분석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매번 (대본을 새로 받고) 어떤 심정인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니까. 매 대본 나올 때마다 리딩을 했었다. 의문이 생기거나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작가님과 같이 의논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고 설명했다.
'가족극의 대가' 문영남 작가의 대본에 대해서는 "대사에 인생이 다 들어가 있는 대본이었다. 되게 어려운 대본이기도 하고,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안되겠더라. 흘려서 할 수 있는 대본이 아니었다. 처음에 미팅 했을 때는 '지혜야, 네 거 만큼 쉬운 대본이 없다'고 하셨는데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대본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값진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했었던 작품들에서 도시적이거나 트렌디한 역할을 많이 하다가 주말 가족극을 오랜만에 하다보니까 재미있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모든 배우가 다 그렇게 느꼈더라. 다행이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서지혜는 "나중에 지나가다가 아주머니들이 등짝 스매싱 하시는 거 아닌가 농담으로 말했었다"고 웃으면서 "근데 '빨간 풍선'은 주인공은 항상 착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깬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얼마 만큼인가에 포커싱 되는데, 아무래도 제가 맡은 역할이 욕망을 많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보니까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아무리 친한 친구고 가족이라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숨길 수밖에 없는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 전에 욕을 먹겠다 하고 방송을 봤다. 그래서 좀 더 그런(욕 먹는) 거에 대해 의연했다"고 고백했다.
"은강이의 입장을 이해하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 댓글을 가끔 봤다. 상처를 좀 받았는데 재밌기도 했다.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긴 하지 않나. 그만큼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게 됐다. (웃음)"
이어 "욕망이 드러나면서 욕을 먹지 않았나. 누구나 한번쯤 '이렇게 해볼까' 해도 '참지 뭐' 하고 치워버렸던 감정이 있지 않나. 예를 들면 다들 상사한테 소심하게 복수하지 대놓고 하진 않으니까. 그런 것들이 미묘하게 드러나는 것들이라 속시원하진 않지만 야금야금 보여줘서 그런 걸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고, 공감하지 못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지점들이 왔다갔다 하는 미묘한 캐릭터였다"고 조은강을 바라봤다.
"자존감이 중요한 것 같다. 배우든 아니든 말도 안되게 이상한 자존감을 부릴 필요는 없다. 그건 자존감이라기보다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자존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없으면 삶의 의욕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도 이 작품 하기 전부터 사람들한테 '자존감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뭘 갖고 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내 스스로 곧게 있는 게 중요하다'라는 애기를 많이 했었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다보니 그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했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번 각인이 됐다. 자존감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요즘에는 외롭다 보니까 아픈 친구들도 많더라. 그럴 때마다 제가 항상 하는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빨간 풍선'을 떠나보내며 조은강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은강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제발 너 자신을 사랑하라', '남탓하지 말라'였다.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들이 다 맞는 것 같다. '지 팔자 지가 꼰다' 그런 말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다 들더라.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너무나 달라지니까. 은강이는 본인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진 = 이음해시태그, TV조선 '빨간풍선' 제공]
박서연 기자 lichts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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