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오키나와(일본)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에 '언성히어로'가 등장했다. 언성히어로는 남들 눈에는 띄지 않지만, 묵묵히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을 일?는 말이다. 바로 안권수다.
'재일교포 3세' 안권수는 와세다 실업고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일본 구단들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고, 2학년 시절에는 고시엔 4강 무대를 밟았지만, 프로 입성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안권수는 독립리그와 사회인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19년 KBO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당시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한 안권수는 신인드래프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실망스러운 모습에 지명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번에서 두산 베어스가 그의 이름을 호명했다.
안권수는 두산에서 완벽히 주전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지만,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지난해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OPS 0.70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두산이 리툴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권수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안권수는 두산에서 방출된 이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성민규 단장과 연락이 닿았고 "1년 밖에 뛰지 못해도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롯데와 연이 닿게 됐다. 롯데는 "안권수가 팀 외야진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영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안권수의 영입 효과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은 1일 SSG 랜더스와 경기에 앞서 "안권수가 굉장히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안권수 때문에 웃는 선수들을 많이 불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선수들이 우리 가족(선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1일 경기에서 서튼 감독이 언급했던 부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안권수는 1일 SSG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9회초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안권수는 연습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더그아웃에서 시종일관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안권수 이외의 다른 선수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 이는 1회부터 9회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목청껏 응원한 안권수 덕분에 롯데 더그아웃은 조용할 틈이 없었다.
롯데는 연습경기가 끝난 뒤 투수와 타자 2명씩 수훈선수를 선정해 상금 1만엔(약 10만원)을 제공하는데, 1일 경기가 끝난 뒤 래리 서튼 감독은 "베스트 치어리더"라고 외치며 안권수의 이름을 호명했다. 경기에 뛰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 안권수는 수훈선수 상금을 받고 활짝 웃었다.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을 비롯해 각 구단들과 이별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롯데의 팀 분위기 보다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오키나와(일본)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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